공정거래위원회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금융회사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해온 것으로 전해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만약 자진 신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담합이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책임자 처벌 및 대규모 과징금 부과는 물론 향후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대규모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조사로 담합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은행이 대출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워 막대한 이익을 누려 왔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영국의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금리 조작 사건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 조사 시작되자마자, 한 금융사 자진 신고

공정위가 17일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하자 금융회사 한 곳이 18일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도)에 따라 가장 먼저 자진 신고한 기업은 추후 거액 과징금이 부과돼도 이를 감면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신고를 접수하고 바로 주요 시중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양도성예금증서(CD) 견본. 은행은 단기 자금 조달의 한 수단으로 CD를 발행해 유통시키는데, 이 금리는 각종 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8일 "CD 금리 담합 조사를 위해 주요 은행에 조사관 2~3명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며 "앞으로 자료 분석과 함께 관계자 정밀 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주요 은행에서 CD 발행 계획 등이 담긴 관련 문서와 관련자 증언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자금부서장간담회'라는 모임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의 자금을 조달하는 실무자들 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심을 겸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발행과 관련해 여러 정보가 오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모임에서 은행들이 CD 금리와 발행 물량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담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금부서장간담회는 실무자들이 시장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일 뿐 금리와 관련해선 어떤 얘기도 오가지 않는다"며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니까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넣기 위한 정부의 액션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현장 조사에서 CD 발행 관련 자료 압수

CD 금리가 여타 시장 금리와 다른 흐름을 보인 것은 지난 2010년 중반부터다. 만약 금리 추이대로 은행들이 2010년 중반부터 담합을 했다면 그동안 은행들은 막대한 이득을 본 것이 된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전체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 대출은 642조원인데 이중 CD 금리 연동 대출이 278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런 의심을 갖고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들을 조사하면서 CD 발행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자료에는 CD 발행 계획 및 실행 현황, 금리 체계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배후에 어떤 합의가 없고서는 CD 금리만 시장 금리와 역행할 수 없다"며 "공정위와 금감원은 강력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CD 금리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CD 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표 금리를 정하고, 기존 CD 금리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