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ecard.co.kr’과 ‘hyundaicard.co.kr’.

무심결에 보면 같은 현대카드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로 보인다. 하지만 알파벳 하나가 다르다. 앞의 현대카드는 ‘dae’라고 나오고, 뒤에 현대카드는 ‘dai’라고 나온다. 둘 다 등록돼 있던 도메인이다. 현대카드의 알파벳 철자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대로 속을 수밖에 없다.

그래픽=박종규

최근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최근 도메인 이름 분쟁과 관련한 최신 사례와 해결제도를 정리한 ‘2012 도메인이름 분쟁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r’을 쓰는 인터넷 도메인은 129만9090개를 기록했다. kr 도메인은 1993년 61개에서 벤처 붐을 기록했던 2000년에 51만7354개로 급증했다. 2001년 45만여개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2008년에 처음 100만개를 돌파했다. 도메인이름 분쟁 건수도 지난해 56건으로 2010년(30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도메인이름 분쟁은 특정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이름을 개인이 선점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카드의 영어 이름에서 한 글자만 다르게 쓴 ‘hyundaecard.co.kr’ 도메인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도메인이름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신청인에게 이전됐다. 미국의 유명 스킨케어 브랜드인 버츠비가 들어간 한글도메인과 영문도메인(burtsbeesmall.co.kr)은 주소 자체가 말소됐다. 디즈니의 인기 만화 캐릭터 이름인 미키마우스를 본뜬 도메인이름(mickeymouse.co.kr)에도 말소 결정이 내려졌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은 도메인이름 분쟁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에만 ‘samsungn.co.kr’, ‘samsunghospital.co.kr’, ‘samsungbio.co.kr’ 등 3개의 삼성 관련 도메인이름이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왔다. 이들 3개의 주소는 모두 이전 결정이 내려졌다.

이밖에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가 들어간 주소 ‘ikea.co.kr’, 스페인의 신발 브랜드인 ‘camper.co.kr’, 오스트리아의 에너지드링크 브랜드 ‘redbull.co.kr’ 등 해외 기업이나 브랜드를 딴 도메인이름도 분쟁조정위원회에 많이 올라왔다.

진충희 한국인터넷진흥원 도메인주소관리팀장은 “악의적으로 타인의 상표나 브랜드를 도메인이름에 먼저 등록했다가 정당한 권리자에게 대가를 받고 파는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온라인 분쟁조정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