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를 제한하는 미국의 볼커룰 관련법(도드-프랭크법)이 오는 21일 발효됨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볼커룰이 당초 비(非)미국은행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시행세칙 안이 까다롭게 책정돼 미국에 점포를 둔 국내 은행에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발효일로부터 2년내 모든 규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기사 참조 6월29일 미국 지점 둔 국내은행 볼커룰 불똥튀나…공동 대응 나선다)

미국 은행들의 국내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이나 사모펀드(PEF)에 대한 투자가 위축돼 금융투자상품 시장의 발전이 저해되고 국내 은행들은 미국과 거래가 제한돼 자산운용에 제약을 받는 등 규제 준수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달부터 운영중인 볼커룰 태스크포스(TF) 작업 결과를 참고해 볼커룰 시행에 대비한 세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해외 감독당국과 공동으로 볼커룰의 과도한 역외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하기로 했다.

미국내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두고 있는 국내 은행은 산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등 7곳이며 농협은행도 진출 예정이다. 또 외국계 은행이 대주주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터드(SC)은행도 각종 거래에서 불커룰에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 볼커룰, 21일 발효…2년 이내에 규제내용 이행해야

볼커룰은 미국 금융회사의 위험투자를 제한하고 은행이나 비은행 회사의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2010년 만든 금융규제다. 당시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지낸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해서 볼커룰이라고 불린다. 기본적으로 상업은행(은행) 부문과 투자은행(증권) 부문을 분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999년 그램-리치-브릴리법으로 은행의 증권업 겸업이 허용된 것이 2008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볼커룰은 은행들이 대고객업무와 무관하게 자기계정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PEF와 헤지펀드 투자·관리는 은행 기본자본(TIER 1)의 3% 이내, 해당 펀드 지분 3% 이내로 제한돼 있다. 또 볼커룰 관련 준법감시체제를 운영해야 하고 감독당국에 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볼커룰은 외국은행이 미국 밖에서 행하는 거래를 제외하고는 볼커룰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씨티은행 JP모간체이스 등 미국계 은행의 국내 현지법인·지점 뿐 아니라 국내 은행도 미국 내 거래에 대해서 볼커룰이 적용된다.

볼커룰을 규정한 법안인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은 해당 금융회사가 발효일로부터 2년의 경과기간 이내인 2014년 7월21일까지 모든 규제내용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 "국채 등 금융상품 거래와 PEF·헤지펀드 투자 위축 불가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볼커룰이 국내 은행에 적용되면 국내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각종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각종 금융상품 거래와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은행들이 미국 금융회사들과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자금운용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상당 부분의 투자와 거래·결제·정산 등이 미국 금융사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산업은행의 경우 전체 거래 중 미국과의 국채 등 채권투자 거래가 30~40%를 차지한다. 미국의 PEF나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제한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자산운용에 제약을 받게 된다.

한국씨티그룹 등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은행의 현지법인이나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거래와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내 주식·채권, 파생상품에 대한 미국계 은행들의 거래와 투자가 줄어들 수 있으며 국내 PEF에 대한 투자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투자상품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이 저해될 수 있는 것이다.

◆ "은행 비용부담 상당할 것"

은행들은 볼커룰 관련 법규 준수체계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국내 은행들은 법규 준수 관련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내부 직원들을 교육시켜야 하며 본점과 각 영업점에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도 구축하고 업무 프로세스도 바꿔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은행들이 공동으로 또는 내부적으로 볼커룰 법 조항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 비용도 상당히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주도로 이미 법 조항 해석과 관련해 국내 대형 로펌에 용역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