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에서 33㎡ 규모의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미순(53)씨는 요사이 아침 출근길마다 속이 터진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얼마 전부터 김씨 가게 500m 옆의 유명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 '신제품도 50% 할인'을 알리는 행사 광고물이 잔뜩 붙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손님 지갑이 이미 닫힌 상태에서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 신제품까지 반값에 내놓으니 하루에 물건 사는 손님은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A사는 올 상반기 적자를 겨우 면했다. 생계형 창업으로 경쟁 업소는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지만,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가맹점 수는 2010년 682개에서 2011년 672개, 2012년 665개로 줄어들고 있다. A사 기획팀장은 "올해 최악의 한파와 가뭄으로 농축산물 등 원재료값이 급등한 데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극도로 줄이면서 결정타를 맞았다"고 말했다.
불황에 대한 공포와 자산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부자까지 지갑을 닫는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내수 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마트에 이어 백화점까지 옷을 저울로 달아 무게 단위로 파는가 하면, 신제품 화장품 반값 할인이 이어지는 등 전례(前例) 없는 특별판매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AK플라자 수원점은 13~15일 여성 의류를 g당 30원에 파는 행사를 벌인다. 백화점이 옷을 저울로 달아 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4월 비슷한 행사를 열어 티셔츠 50만장을 팔아치운 바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꼭꼭 잠긴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유통업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서비스업 절반 "실적 부진"
대표적 내수산업인 서비스업은 절반 이상이 경영난에 빠졌거나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급급한 상태다. 본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관광·문화·외식·유통 등 서비스 산업 7개 업종 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실적이 '적자'라고 답한 기업이 17.6%, '겨우 적자를 면했다'는 기업이 30.7%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1년 전과 비교한 경영여건에 대해서도 '어렵다'는 응답이 36.7%로 '나아졌다'(19.1%)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영세기업이 많은 외식업종과 관광업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다른 업종보다 창업이 쉬운 외식부문의 57.9%가 적자 또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외국인 방문객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분야도 외화내빈(外華內貧) 현상이 뚜렷했다. 관광 관련 기업의 37.8%가 적자, 10.8%가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나라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서비스업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고용 성장판이 닫히고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배려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