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뜻밖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채권값이 급등했다. 채권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눈치다. 예상보다 경기가 안좋은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물가안정 기조는 접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12일 한국은행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09년 2월 이후 3년 5개월만의 일이다.

금리인하 결정 후 채권값은 급등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개장초 강보합 수준에서 거래되다 인하 결정이 나오자 치솟기 시작, 오전 10시55분 현재 전날보다 반 빅(50틱)이나 오른 105.56에 거래되고 있다. 장외시장 채권금리도 급락중이다.(채권값 상승)

이번 결정은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연내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 생각들은 했지만 그 시기가 이번 달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조선비즈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17명중 16명이 동결을 전망했고, 인하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 전환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치솟는 물가와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그동안 인하를 미뤄왔었는데 이같은 부담보다는 경기둔화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주에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금리를 내렸다는 건 경기가 예상보다 상당히 안좋다는 뜻"이라며 "정책의 신뢰성보다 필요성을 더 강조한 조치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추가금리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한 번의 금리인하로는 약발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단순히 글로벌 공조차원에서 봐야지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일단 높이 맞추기 정도의 행동을 보여 시장과의 잡음을 해소하려 노력한 것일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부채 증가나 물가상승세를 봤을 때 연속적인 금리인하로 가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라며 "인상때도 실기론이 많았었는데, 이같은 평가를 다시 듣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