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시 소재 병원장은 2007년10월부터 2010년7월까지 환자들과 공모해 하지정맥류 레이저시술 후 허위의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6개 보험사로부터 1억10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2. 청주시 소재 병원의 병원장과 간호과장은 공모를 통해 2009년1월부터 2010년10월까지 하지정맥류 레이저시술을 하고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환자들에게 허위 입원확인서(속칭 낮병동)를 교부해 보험사로부터 4억여원 상당을 편취했다.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고 허위 입원확인서를 써줘 적발된 보험사기 사례다. 그러나 보험사기 단속 과정에서 6시간 이상의 '입원'을 판단하는 기준과 수사방법이 모호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또 통상 1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해 입원을 않을 경우 질병통원형으로 보고 불과 30만원을 한도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실제로 지급한 의료비를 민간 보험사가 보장해 준다는 실손의료보험제도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은 지난 10일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보험범죄 방지대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하지정맥류 환자에 대한 보험사기 수사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하지정맥류 수술이란 다리의 피부 바로 밑으로 보이는 정맥이 늘어나서 피부 밖으로 돌출되어 보이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 경찰 "허위 입원확인서 발급은 사기죄"
경찰과 금감원 등은 2009년부터 정부 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을 꾸리면서 하지정맥류 관련 부당청구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여왔다. 하지정맥류 수술의 경우 입원이 불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담당 의사들이 환자들로 하여금 민간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금으로 수술비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고 이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은 2010년 허위 입원률이 높은 것으로 의심되는 하지정맥류 전문 병원 38곳을 대책반에 통보했다. 피보험자가 9844명이고 관련 보험금만 16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행 법상 '낮병동 입원료'는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 처치 ▲수술 등을 받고 연속해 6시간 이상 관찰 후 당일 귀가 또는 퇴원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경찰은 6시간 이상 입원시에만 낮병동 입원료를 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기준으로 입원확인서를 발급한 환자 중 실제 병원 체류 시간이 6시간 미만인 경우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의료기관과 환자를 수사, 단속해 왔다.
예컨대 6시간 이상 병원체류를 했다고 입원확인서를 받아놓고 신용카드 결제가 이전에 이뤄졌는지, 휴대폰 통화내역상 기지국 조회를 통해 환자가 병원밖에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했다.
경찰 수사관 등은 보험사기 입증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입원 과정에서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하거나 입원 없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보험사기로 인정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민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경정은 "6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입원 부족 시간이 통상의 경우 30분 내지 1시간 전후여서 일률적으로 보험사기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1일 입원을 1박2일 입원으로 하는 허위입원확인서, 허위진단서 등의 경우는 대체로 보험사기로 의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사는 "논점은 하지정맥류가 입원이 불필요한 수술이냐 아니냐 보다는 의료기관이 민간보험 가입자와 공모해 허위로 입원확인서를 발급했는지 사실관계가 중요하다"며 "소액사건의 경우 제보없이는 사실상 보험범죄 인지나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한시적이라도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을 대폭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의료계 "하지정맥류 수술은 입원필요, 6시간 미만체류라 해도 사기죄 부당"
그러나 의료계는 환자치료와 당시 의료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하지정맥류 수술 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기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의사는 "최선의 기술을 써서 환자를 빨리 퇴원시키고 쉬운 방법을 통해 수술을 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하지정맥류 수술 후 입원확인서를 써줬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보험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결국 무죄로 판명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승기 서울대학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간단한 병이 아니고 질환의 경중과 동반질환 등에 따라 환자별로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며 "레이저 치료는 입원이 필요한 수술이고 입원기간의 결정은 환자 상태와 치료경과에 따라 담당의사가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 수술 후 병원체류시간이 6시간 미만인 경우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염동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은 출혈이 동반됨은 물론 오로지 수술에만 1~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며 "하지정맥류 수술보다 수술이나 회복시간이 길지 않은 맘모톱수술의 경우에도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돼 불기소처분이 이뤄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 "하지정맥류 실손보험체계 문제 있어"
하지정맥류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실손의료보험에서는 환자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하지 않는다면 '질병통원'으로 간주해 회당 최고 30만원까지 통원치료비를 준다. 그러나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을 했다면 '질병입원'으로 간주해 보험가입금액(최고 5000만원) 한도내에서 수술비 전액과 입원의료비를 보상해 준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입원을 하지 않으면 하지정맥류 수술비를 지급받을 수 없도록 돼있는 것이다. 하지정맥류 수술은 통상 한쪽 다리 당 1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염동신 변호사는 "하지정맥류 수술을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입원과 통원 여부를 떠나 수술비 전액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정 및 보험약관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해 질환 자체의 중대성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뿐, 해당 수술에 입원이 수반되는지 여부를 보험금 지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입력 2012.07.11. 10:27
오늘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