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인민은행(PBOC)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확실히 경기부양 기조로 돌아섰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특히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밖의 결정으로 그만큼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도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지표의 둔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아 경기부양책을 쓸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제가 개선되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지금은 미시적인 부양책에 그치면서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다만 주요국들의 경기부양 공조에도 세계경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경기부양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확실한 경기부양 기조‥中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밖'

중국 인민은행은 6일부터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31%포인트,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8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지 채 한달도 안 된 시점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했다. 홍콩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보다 지급준비율을 먼저 내릴 것으로 전망했고 일부는 올해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ECB도 기준금리를 현행 1%에서 0.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시장의 예상대로지만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이다. ECB는 또 유로존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맡길 때 받는 예치금리를 현재 0.25%에서 0%로 인하했다. ECB에 돈을 맡기지 말고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라는 의미다. 지난해 11월과 12월 0.25%포인트씩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벌써 두 번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기존 3250억파운드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3750억파운드로 확대하는 조치를 내놨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각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제 경기부양 기조로 확실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침체, 경기둔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경기부양 기조로 확실히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추가로 국채 매입,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의 추가 실행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도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 커

각국이 확실한 경기부양 기조로 갈 수 있는 것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8%롤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신 물가는 안정돼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달(3%)보다 크게 낮은 2%대 초반에 머물 전망이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5, 6월 두달 연속 2.4%로 1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물가 걱정 없이 돈을 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도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시장분석과장은 "각국이 이미 한 차례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2분기 경기지표가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어서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며 "3분기에도 지표가 반등하지 않으면 추가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미국도 경기가 연초보다 둔화되고 있어 연방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韓 경기부양책 쓸 시점은 아니다‥주요국 상황 본 뒤에 결정해야"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지표의 흐름상 당장 경기부양책을 쓰기 보다는 주요국의 경기부양 후 경기 추세를 본 뒤에 행동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히려 섣부른 경기부양책이 부작용을 낳을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의 추가 악화 가능성 등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우리나라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며 "직접적 영향 없이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간접 영향만 받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유로존 위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병규 본부장도 "유럽과 중국이 정책 기조를 성장 쪽으로 돌리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시장 심리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출과 소비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가 되면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아직은 경기부양책을 쓸 정도는 아니고 경기가 급격히 둔화된다면 그때 부양책의 필요성을 고민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