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문을 연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의 회원 수가 6만3000명을 돌파했다고 4일 밝혔다. 일반 회원 연회비가 3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2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안에 회원 10만명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고객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며 "평일에 3000명, 주말엔 5000여명씩 회원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코스트코가 독주해온 회원제 할인점 시장에 빅마켓이 가세하면서 할인점 업체 간에 라면·콜라·소주 등 대표 품목의 가격을 상대방보다 10원이라도 낮추려는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들은 양측의 경쟁을 반기면서 생필품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 주목하고 있다.

코스트코 독점 깨지면서 할인 경쟁 치열

회원제 할인점은 업체에서 볼 때 이점이 많다. 우선 충성도가 높은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첫째. 연회비 수입도 크다. 게다가 회원들이 이미 지불한 본전(연회비)을 뽑기 위해 물건을 많이 사간다는 등의 여러 장점이 있다.

빅마켓과 코스트코는 입구에서 고객카드를 보여줘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들은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시작했다. 4일 현재 빅마켓은 신라면 1박스(30개)를 1만2480원에, 코스트코는 1만2490원에 각각 팔고 있다. 빅마켓이 10원 싸다. 두 업체 모두 1주일 전인 6월 27일보다 가격을 3300원씩 내렸다. 칠성사이다(1.5L들이 6개)도 1주일 사이에 가격을 10%씩 낮췄다.

롯데마트가 6월 말 문을 연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입구에서 고객들이 회원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빅마켓은 미국계 코스트코와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달 27일 오후 빅마켓에서는 콘택트렌즈 보관액 500개가 매진됐다. 통상적으로 한 달 이상 팔아야 할 물량이 순식간에 동난 것.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총판권을 가진 도매업체가 진열된 상품을 대량으로 사갔다"며 "코스트코가 '빅마켓에 물건을 넣으면 거래를 끊어버리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편의시설 강화한 한국형 매장 통할지 관심

미국에서 시작된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은 물류·매장관리·인테리어 등의 비용은 줄이고, 회전율이 높은 상품을 주로 판매해 총이익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매장은 말 그대로 창고에 매대를 설치한 정도다. 상품 판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에는 투자를 아낀다. 지게차로 상품을 운반해 매장 내 팔레트(pallet·짐을 쌓아놓은 평평한 판)에 놓고 파는 것도 인건비, 물류비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코스트코가 전국에 7개 매장을 운영하며 호황을 누렸다. 사실상의 독점영업이던 탓에 일부에서는 '불편한 쇼핑장소' 불만도 많았다. 주차장, 휴게실 같은 고객 편의시설이 태부족했다. 코스트코 양평점의 경우 매장 내에 화장실이 단 1개뿐이다.

빅마켓은 미국식 '회원제 할인점'을 변형해 한국형 매장을 추구한다. 국내 대형마트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편의시설을 확충해 코스트코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차장을 넓히고, 패밀리 레스토랑·경정비 코너·동물병원·약국·키즈카페·어린이 소극장 등을 갖췄다. 빅마켓 측은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가족 단위 쇼핑객들을 위한 문화 시설과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보다는 설치·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여서 가격경쟁력은 취약해질 수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비회원제 고수

이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는 아직 회원제 할인점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매장을 창고형으로 바꾸는 것은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지고, 유료 회원제 방식 역시 국내 소비자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는 비회원제 매장이 더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트레이더스'라는 창고형 할인점 6개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 구성은 코스트코와 비슷하나 연회비가 없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국내 회원제 할인점과 동등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Membership Wholesale Club)

연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창고형 대형마트. 쾌적한 쇼핑환경과 서비스를 강조하는 일반 마트와 달리 실내 장식을 최소화하고 대량 묶음판매를 통해 초저가 판매 전략을 쓴다. 회원 수가 증가하면 연회비 수입이 늘어나고, 그만큼 상품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