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뭔지 잘 모르는 여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남는 방을 빌려줘 엑스포라는 국가적인 행사에 기여하고 돈도 버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하시네요."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시는 할머니는 방을 빌려주기 시작한 뒤 적적하기만하던 집에 젊은이들 목소리가 들려 너무나 좋다고 해요."

공유경제의 사업성을 시험중인 토종 기업 'BnB Hero'의 조민성 대표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공유경제의 첫 시험대인 여수에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 사용하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말한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빌려주고 빌려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빌려주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고 빌려쓰는 사람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착한 소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nB Hero는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여수에서 일반 주민들의 빈방을 모은 뒤 인터넷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방을 빌려주는 임대인들은 수익이 발생하고 임차인들은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는 방을 얻을 수 있는 '연결' 서비스다.

BnB는 '베드 앤드 블랙퍼스트(Bed and Breakfast)'의 약자다. 잠자리와 아침을 제공하는 정도의 값싸고 실용적인 숙박시설을 뜻한다. 보통 BnB 사업은 쓰이지 않은 제 3자의 집이나 빈방을 장기 임대해 여행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들어 공식 서비스를 개시한 BnB Hero는 서울 이태원을 비롯해 엑스포가 개최중인 전라남도 여수 등지에 총 450여개의 방을 확보할 정도로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객실 60개짜리 호텔 8개를 지은 것과 같은 규모다. 한국을 찾는 일본과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부족해진 숙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BnB Hero는 여수엑스포 개막 3개월전부터 한국관광공사와 유관단체, 지역 봉사단체와 협의를 거쳐 지역주민의 집을 방문, 사진을 촬영해 사이트(http://www.bnbhero.com)에 올렸다. 노력 끝에 여수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남는 방 160여개를 확보했다. 이를 여수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 500명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다. 방을 빌린 관광객 중 해외 거주 외국인 예약률은 70%로 국내 거주인의 30%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한국관광공사는 투자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여수에 50여개 객실을 보유한 관광호텔을 3곳을 지은 것과 같고, 가정집에서 머물다가 외국인들이 한국 가정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예상외로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방을 빌려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BnB Hero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남는 방을 이용해 평생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을 직접 대접해봤을뿐 아니라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쏠쏠한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외국인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과 글 내용을 번역해 드리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BnB Hero는 여수 엑스포에서의 성공 사례를 활용, 향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국제행사에 숙박시설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정집에서의 숙박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BnB Hero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한국의 비보이를 알리는 'R16 B보이 월드와이드 마스터즈 챔피언십'과 공식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와 F1영암대회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에서 빈방을 수배하고 있다.

올렛길을 걷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 이들이 해녀 할머니들의 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올레사무국과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BnB Hero는 현재 남는 빈방을 방을 빌려주는 수준에서 한 단계 나아가 향후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기계와 장비까지 빌려쓰고 나눠 쓸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민성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영어·프랑스어·중국어로 한국에서 느낀 '정'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며 "공유경제가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민간 외교 수단으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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