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정문에서 150m쯤 내려오자 오른쪽 대로변에 하얀색 배경에 파란 글씨로 'S20'이라고 적힌 곳이 나왔다. 이곳은 신한은행이 만든 '스마트 존(smart zone)'으로 실명 확인절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고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이 성장하면서 일반 은행 지점을 찾는 손님이 줄자 은행들은 인력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 브랜치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문을 연 스마트 브랜치는 씨티·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며 국내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S20이 처음 문을 열었다. 국민은행도 올 하반기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약 86㎡(26평) 크기인 S20에 들어서자 기존 현금자동입출기(ATM) 3대와 '하이엔드 ATM' 4대가 눈에 들어왔다. 하이엔드 ATM은 통장, 체크카드를 만들거나 인터넷 뱅킹에 가입할 수 있는 기계로 스마트 브랜치의 핵심이다. 대당 가격은 1200만원대인 일반 ATM보다 3~4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직원 2명이 하이엔드 ATM을 2대씩 맡아 실명 확인절차 등을 도와줬고 청원경찰 1명이 지키고 있었다.
하이엔드 ATM은 '통장 만들기'·'체크카드 만들기'·'인터넷뱅킹 가입하기'·'금융 상담받기' 등 4개 메뉴로 구성됐다. 체크카드와 전자통장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 직원이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다. 신분증을 건네고 하이엔드 ATM기의 '통장 만들기'를 누르자 화면에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등이 암호화돼서 표시됐다. 기계를 통해 영문이름 등 추가정보를 입력하고 체크카드 종류를 선택하자 직원이 서류 4~5장을 내밀었고 약 8곳에 서명을 하니 체크카드가 발급됐다. 체크카드 뒷면에 전자통장 계좌번호가 찍혀 있었다. 처음 신분증을 건네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때까지 약 7분이 걸렸다.
신한은행 롯데월드지점에서 근무하다 S20으로 자리를 옮긴 연혜림 주임은 "일반 영업점에서도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하려면 10분쯤 걸리는데 여기서는 시간이 훨씬 짧다"며 "대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 처음 방문한 고객도 빨리 업무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S20에서는 통장·보안카드 발급, 모바일(인터넷·스마트폰·폰)뱅킹 신청, 예·적금 가입, 펀드·대출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예·적금 가입과 펀드 상담은 별도로 마련된 상담실에서 신한은행 스마트금융센터 직원과 화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예·적금은 전화로 가입할 수 있지만 펀드는 일반 영업점이나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에서 가입할 수 있다.
S20은 20대가 주로 하는 금융거래에 초점을 둔 점포답게 근거리 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첨단 기능을 가진 기계를 설치했지만 고객들에겐 아직 생소한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S20을 지켜본 결과 약 40명이 점포를 방문했는데 절반 이상이 개점 기념으로 준비한 빵을 먹으러 온 사람이었고 나머지도 기존 ATM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 S20 앞을 지나가던 대학생들은 "여기 뭐 하는 곳이지"라며 지점 안을 들여다보거나 머뭇거리다가 발길을 돌렸다.
경희대 학생인 이기열(27)씨는 "아직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젊은 사람을 겨냥해 편리하게 만든 것 같다"며 "하지만 문의사항이 있을 때 자세한 상담을 받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S20 안에 설치한 터치스크린 기계를 통해 고객이 대출이나 금융상품 가입과 관련해 상담신청을 하고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를 하고 직접 방문해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 이승협 차장은 "일반 지점에도 이런 방식의 '스마트몰'을 차츰 도입해 연락처를 남기고 상담신청을 하면 나중에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