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수능을 앞둔 임직원 자녀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는 엿과 떡을 보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온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 반드시 영광의 결실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는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적은 편지도 함께 보냈다. 김 회장은 2004년 직접 이 아이디어를 낸 이후 매년 이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이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펼치는 '직원 중심 경영'은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승연 회장, "직원들 위해서라면…"

한화그룹의 서울 장교동 사옥 사원식당은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스카이라운지(28층)에 있다. 대부분의 기업 사원식당이 지하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이 사원식당이 없다고 불편을 호소하자, 김 회장은 당시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최고급 중식당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사원식당을 만들었다.

김 회장은 2010년 서울 프라자호텔 개·보수 기간 동안에는 임직원 600여명 전원에게 자기계발에 힘쓸 수 있도록 '통큰 유급휴가'를 줬다. 이들은 공사 기간 중 교대로 유급 휴가에 들어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씩 휴식과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졌다. 2007년에는 자녀 유학 문제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있는 한화그룹 직원들을 챙기기 위해 해외에 '기러기 가족'을 둔 직원 모두에게 일주일간의 특별휴가를 줬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열린 '한화가족 한강축제'.

◇'아빠가 쏜다' '엄마가 쏜다'… 직원 기 살리기

한화그룹 차원에서도 음악 축제 초대, 자녀 학교에 피자 보내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직원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화는 매년 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를 후원하고 있다. '한화가 전하는 희망의 봄'이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되는 이 교향악 축제는 클래식 음악팬들뿐 아니라 한화 임직원도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다. 한화는 매년 이 축제에 임직원과 가족 3000여명을 초대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초청된 임직원과 가족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2005년부터 후원해 온 예술의 전당 '청소년 음악회'에도 임직원 자녀들을 포함해 1800여명을 초청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빠가 쏜다'는 한화의 대표적인 '직원 기(氣) 살리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룹 사보팀 주관으로 200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월 한 차례씩 직원이 자녀의 학교로 찾아가 회사에서 지원한 피자를 전달하는 이벤트다. 아빠가 직접 쓴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엔 특집 '엄마가 쏜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한생명에서 근무하는 정은희씨가 중3인 딸의 학교에서 깜짝 파티를 열었다. 맞벌이하는 엄마로 딸에게 가지는 미안함을 덜어줄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런 이벤트로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면 회사에도 보탬이 된다"고 했다.

한화는 매월 직원이 자녀 학교에 찾아가 회사에서 지원한 피자를 전달하는 이벤트 '아빠(엄마)가 쏜다'를 진행하고 있다.

◇재충전 휴가, 가정의 날 지정 등 각종 프로그램 운영

한화그룹의 각 계열사도 다양한 형태의 '직원 중심 경영', '가족 친화 경영'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화건설은 임직원 자녀를 회사로 초청하고, 아파트 건설 현장을 보여주는 행사를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L&C는 매주 수요일마다 가정의 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오후 5시 30분이 되면 회사 전체 불이 꺼지고 모두 퇴근해야 한다.

한화 측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직원은 업무 생산성도 높다"며 "내부 고객인 직원을 만족시키는 직원 중심 경영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