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돌리긴 했다.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랠리에 그칠 것이다. 앞으로는 구제금융 재협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관건이다.”

그리스의 총선거에서 유로존 잔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신민주당이 승리하면서 18일 새벽부터 선거 결과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경제·금융 부처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신민주당이 선거과정 중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시사했고 긴축에 반대하는 입장인 급진좌파 시리자의 의회 내 입지가 커짐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 "그리스 총선 효과, 단기적인 안정에 그칠 것"

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그리스 총선 결과가 발표된 18일 아침부터 각각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밤 사이 시장 상황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 각 부처는 전날 오전부터 24시간 비상대기태세를 유지하며 그리스 총선 전개 상황과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해 왔다.

재정부과 금융위는 각기 회의 뒤 낸 보도자료에서 “그리스 총선 결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연정 구성 과정과 구제금융 재협상 가능성 등 그리스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재정부 관계자는 “시리자의 총선 승리시 우려됐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완화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나 지속성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면서 “이번 그리스 총선은 최소한의 불확실성 해소일 뿐 근본 문제는 남아있기 때문에 유럽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그리스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 하나가 단기적으로 최악의 결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며 “그러나 EU(유럽연합) 정상회의, EU 재무장관회의 등 중요한 정치 이벤트들이 남아있고 유럽 재정위기도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 "구제금융 등 불확실성 여전···집중 모니터링 체제 지속"

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이번 총선으로 봉합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민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구제금융 조건 등을 놓고 EU 등 트로이카들과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내비쳤다. 또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원내 2당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도 구제금융 협상과 긴축정책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민주당의 구제금융 재협상 요구와 시리자의 각종 재정관련 개혁법에 대한 반발로 그리스는 사실상 지속적인 긴축 프로그램 불이행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도 부침이 심해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스페인 구제금융 전개 과정, 유럽은행 신용등급 강등 및 자본확충 시한 도래 등 유럽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면서 같은 시각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재정부와 금융위는 각각 현재의 집중모니터링 체제를 고수할 방침이다. 주기적으로 비상점검회의를 열어 외국인 자금유출입 동향,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사정 등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계획)을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