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 시영아파트 전경

“대책 나오고 집값은 더 내려갔어요. 대책 효과가 없어요. 한 달 전보다 면적당 1000만~3000만원씩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대책 발표 이전엔 문의전화라도 있었는데 요즘엔 그것도 없네요.”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K 공인중개사 관계자)

“조용합니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근방은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이라 투기지역 해제보다는 초과이익환수제라거나 서울시의 재건축 입장 등이 더 문제예요. 서울시가 재건축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데 기대심리가 살아날 리 없죠.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D 공인중개사 관계자)

5.10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격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시장엔 여전히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처음 발표됐던 한 달 전만 해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된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가 최대 수혜지로 꼽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개포3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


◆ 잠실주공 5단지 한 달 사이 4000만원 뚝

8일 찾은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5·10 부동산대책이 처음 발표될 때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최대 수혜지역이라고들 했지만, 대책 발표 전후로 반짝 효과가 있는 듯하더니 이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인근 K 공인중개사 대표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는 "문의전화도 뜸해서 사무실에 나오면 영 심심하다"며 "문의전화라도 많이 올 때인 부동산 대책 발표 전이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한 달 동안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가락시영아파트 42㎡는 1000만원 하락한 5억5000만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119㎡는 한 달 동안 4000만원이 떨어져 10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강남과 서초 인근 재건축 단지의 상황도 같다. 같은 기간 개포동 주공1단지 59㎡는 9000만원 하락한 11억원, 42㎡도 4500만원 떨어진 6억5000만원이고, 잠원동 한신 17차 119㎡는 한 달 동안 6000만원이 빠져 현재 9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개포 시영아파트 전경

◆ "투기지역 해제 효과 없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체 시가총액도 하락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82조2600억원 수준으로 한 달 간 5292억원이 증발했다. 거래량도 줄었다. 강남 3구의 4월 주택거래량은 638건이었으나 5월에는 579건으로 9%가량 하락했다. 5.10 부동산 대책은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거래량을 활성화하는 정책이라던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진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3구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가 40%에서 50%로 완화됐지만 실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사실상 '효과 제로의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대출로 구매심리를 살리는 것을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나 효과가 있는 정책”이라며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압도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취득세 완화조치가 대책에서 빠져 매수세를 촉진하기에 부족했고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는 등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초과이익환수제가 해결되거나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정리돼야 기대심리가 살아나 거래량과 집값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시가 소형주택비율을 문제삼고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는 40층 이하로 제한한다는 소식을 내놓는 등 재건축아파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많아 매수자들이 쉽게 나서질 않는다"며 "이런 점이 바뀌어야 변화가 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