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서 배우 최란씨가 본인의 재테크 방법을 말하고 있다.

“저 같은 조연급 배우가 강남에 빌딩을 두 채나 갖고 있다고 하니 신기한가 봐요.(웃음) 재테크 비결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목표를 하나 정하고, 세부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해 나간 게 비결이라면 비결 같네요.”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페라리 매장 인근 한 미용실에서 탤런트 최란 씨(사진)를 만났다. 핫팬츠에 긴 생머리의 최씨는 53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외모를 자랑했다. 최란 씨는 연예계의 숨어 있는 재테크 고수로 통한다. 꾸준한 방송 활동은 물론, 서울예술전문대학 부학장에, 서울문화예술협회 이사장, 두 딸과 아들 세 남매를 키우면서도 공인중개소에서 발품을 팔았던 그는 어느덧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논현동에 180억원대 빌딩을 보유한 이른바 ‘연예인 빌딩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 청담동 논현동 빌딩 부자, 재테크 기본은 ‘저축’

최씨는 ‘연예인 빌딩부자’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결혼할 때 전세금 270만원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재테크 잘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빌딩이 알려지면서) 우리가 엄청난 재력가 집안 출신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최란·이충희 부부는 청담동과 논현동에 빌딩 2채를 소유하고 있다. 2007년 매입한 청담동 지하 1~지상 4층 빌딩은 시세가 124억원이고, 논현동에 있는 지상 2층짜리 상가건물은 56억원짜리 부부 공동명의다. 논현동 빌딩은 지난해 강남대로 상업지 확장 개발로 재개발이 예정돼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방송출연 등으로 돈을 벌 때마다 절반 이상을 뚝 떼서 저축했어요. 돈을 버는 족족 통장에 넣었더니 어느 순간 집안에 굴러다니는 적금 통장만도 100개가 넘더라고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겉은 화려해 보여도 수입이 일정치 않아 성실하게 저축하는 습관을 가진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 됐다는 설명이다.

◆ 경제신문 챙겨보고, 공인중개소를 백화점 가듯이

돈을 불리는 과정에는 ‘운’도 따랐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과정에서 서울 근교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였는데 어느 순간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껑충껑충 뛰었다”면서 “이 돈이 종자돈이 됐다”고 귀띔했다. 2006~2007년 골프 바람이 불면서 동탄신도시 예정지 중심을 비롯해 전국 120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등했고, 이때 회원권을 처분한 현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청담동 빌딩을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운’만으로 전세금 270만원에서 180억원 규모의 강남 빌딩주가 됐다는 설명은 석연찮다. 취미생활로 골프장 회원권을 사는 것은 그렇다쳐도 이를 매각하는 시점은 경기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최씨가 회원권을 매각한 2007년 이후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골프장회원권 값은 급락했다.

최씨는 “탤런트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드라마보다는 뉴스를 즐겨보고, 백화점보다 공인중개소를 더 자주 찾았다”면서 “경제기사를 많이 읽다 보니 언제 어떻게 팔아야 하고, 어떤 것을 투자해야 하는지 그림이 어느 정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매를 해 본 적도 없는데 신문에 나온 깨알 같은 경매광고를 가위로 오려서 모았다”면서 쑥스러워했다.

◆ "부자의 기부에 손뼉치고 격려하는 문화 생겼으면"

그렇다면 그는 지금 부동산투자를 하고 있을까. 최씨는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실 곳으로 매입한 방배동 아파트가 가격이 많이 내려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부동산은 물론 주식 등 자산에 대한 투자도 당분간 쉬고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목적에서 집이든 부동산 투자는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5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서 배우 최란씨가 본인의 재테크 방법을 말하고 있다.

서울문화예술협회의 이사장인 최씨는 탈북자 문제, 다문화 과정,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 등 다양한 사회활동과 기부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씨는 2010년부터 연예인들의 문화 나눔 운동 확산하는 취지의 '서울문화예술대상'을 개최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예정된  '제3회 서울문화예술대상'준비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최 씨는 "우리나라는 연예인을 포함해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기부하면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부자들이 적극적으로 기부하고, 또 이를 격려하는 멋있다고 말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최씨는 200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쌀 5t을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남편인 이충희감독과 함께 체육 고교생을 대상으로한 '다사랑 문화체육 장학금'을 조성해 지급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다양한 봉사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나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부문 서울특별시장상, 2010년 '대한민국 나눔대상' 특별대상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