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가 8일 한국은행 기준금리(3.25%)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은 기준금리는 한은이 시중은행과 7일만기 RP(환매조건부 채권) 대차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금리다.

따라서 한은 기준금리과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동일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인식이기도 하다. 이날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리정상화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유로존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직전 거래일(1일)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3.25%에 결정됐다. 국고채 5년 금리는 전일대비 0.07%포인트 하락한 3.42%, 10년과 20년물 금리는 각각 0.08%포인트씩 떨어진 3.57%와 3.67%에 고시됐다. 통화안정증권 1년 금리는 전일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3.30%를 기록했다.

국채시장에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흔치 않은 일이다. 최근 10년동안을 보면 한은이 장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을 폈던 2004년 상반기와 국채 3년 물량부족으로 가수요가 형성됐던 2010년 11~12월 정도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Grexit)로 주식이 외면 받는 사이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업들의 '주식발행' 수는 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올들어 5개월동안 주식 발행 금액이 전년동기대비 10~20% 수준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채권으로 대체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국고채 1년물 금리는 연 3.26%에 결정됐다. 지난 4일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년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장ㆍ단기 금리 역전현상'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두 금리가 역전된 것은 지난 2월28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2개월 연속 연 3.25%로 동결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여러가지의 경제변화 가능성에 대한 후속대안을 논의했다. 금리 정상화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 여러 변수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추가적인 금리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채권 운용책임자는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가닥이 잡히며 대외 불안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채권 금리 하향세가 완만하게나마 지속될 것"이라며 "국채 3년과 기준금리 사이의 금리 역전이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