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알뜰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각종 포인트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현금 대신 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 통신사,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항공사 등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고객 유치 차원에서 포인트를 쌓아주는 '포인트 전성시대'이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묵묵히 포인트를 쌓아두기만 할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해 소멸된 카드 포인트 규모가 1100억원에 이른다. 포인트만 잘 활용해도 얄팍해진 지갑을 실속있게 채울 수 있다. 머니섹션M이 불황으로 주름살이 늘어가는 가계를 위해, 현금 없이 포인트만 갖고서 생활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봤다.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포인트의 진화, 사용처 점점 넓어져

식품 전문 기업 SPC그룹이 운영하는 '해피포인트카드' 마일리지제도는 지난 200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12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 전국 5500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구매금액의 5%를 적립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객 활용도가 높다. 최근 SPC그룹은 해피포인트카드를 새로 단장했는데, YES24·메가박스·대한항공 등 문화·생활 영역으로까지 사용처를 넓혔다. SPC그룹은 이달 한 달간 파리바게뜨 등 8개 브랜드에서 포인트 사용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지난 1999년부터 마일리지 사업을 해온 SK의 'OK캐시백'은 제휴 가맹점이 많은 데다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할 방법도 여러 가지다. 외식·쇼핑·문화·여행 등 150곳의 제휴사와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적립률은 0.1%에서 최대 10%까지이며 SK텔레콤 멤버십 고객일 경우 적립과 할인율이 더 높아진다. CJ에는 뚜레쥬르와 CGV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 23개가 있는데 'ONE포인트'로 결제금액의 최대 5%까지 적립이 가능하고 빕스 등 외식점에서 최대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삼성카드와의 제휴 신용카드를 활용하면 기본 적립률의 5배까지 적립이 가능하고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백화점에서 할인점·영화관 등 3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의 '롯데포인트' 적립률은 0.5~3% 수준이다. 롯데카드 자체 포인트가 보통 0.2% 정도인데 여기에 롯데카드로 결제 시 제휴사 포인트가 추가된다. GS의 'GS&포인트'는 GS칼텍스·GS25 등 GS계열의 오프라인 가맹점과 GS샵 등에서 구매금액의 1000원당 3~10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대형할인점인 이마트에는 '이마트포인트'가 있는데,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1000개의 가맹점에서 0.1%를, 홈플러스는 0.5%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포인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용금액의 3~5%를 적립해준다.

100만원 긁으면 5만원 아껴주기도

신용카드는 크게 포인트 적립형 카드와 할인형 카드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사용금액이 적다면 할인형 카드가 유리하지만, 월 사용액이 100만원 이상이라면 포인트 적립형 카드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월 50만원 정도 카드로 긁는 소비자라면 할인형 카드의 경우 보통 1만~2만원 정도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포인트 적립 수준은 5000원(평균 1%) 정도여서 할인형 카드에 비해 불리하다. 카드사들은 포인트 적립률을 크게 높인 카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의 'HI-POINT카드 nano'와 KB국민카드의 '국민와이즈카드'는 고객이 선택한 업종과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최대 5%를, 삼성카드의 '삼성카드 3' 역시 연간 이용금액이 1200만원이 넘고 이동통신사 등에서 사용할 경우 5%를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현대카드M3'는 포인트 적립률이 평균 4%로 적립률이 일반카드인 'M'의 2배에 달한다.

안 쓰면 손해인 포인트

'티끌 모아 태산'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보력,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 부지런함이 포인트 재테크의 원칙이다. 우선 이용금액과 비교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포인트도 쌓이면 꽤 짭짤해진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맞벌이 주부의 쇼핑 등 주말 하루의 일과 중에서의 OK캐시백 포인트 적립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5만원을 지불했을 경우 3.4%인 8500포인트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생활패턴이나 소비행태가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살피는 것 역시 중요하다. 무턱대고 여기저기서 모았다가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유효기간이 지나 포인트가 소멸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고객 관심을 끌기 위해 펼치는 이벤트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포인트 재테크시 유의해야 할 부분은 포인트의 유효기간이 보통 2년 내외로 있다는 것과 가맹점별로 회원등급에 따라서 포인트 적립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