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작년 7월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유럽산 원유에 적용되던 관세가 철폐된 결과다. 국내 정유사들은 그간 국내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동산 두바이유 대체재로 브렌트유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두바이유에 비해 불순물 함량이 낮고 정제비용이 적게 들지만 운송비가 많이 들고 가격이 높아 국내 정유사들에게 외면받는 유종이었다. 하지만 한·EU FTA 체결로 관세 3%가 철폐된데다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원유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 철폐는 운송비를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브렌트유 매입은 작년 12월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했고, 지난 5월 고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5월 한달간 한국 정유사들은 300만배럴의 포티스(Forties·브렌트유 하나로 간주되는 유종)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총 생산량인 1140만배럴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런던의 한 원유 트레이더는 "한국의 브렌트유 매입은 새로운 가격 결정 요인이 됐다"며 "한국 정유사들은 6월 인도분 브렌트유를 200만배럴 주문했고, 여기에다 100만배럴을 추가할 것이라는 신호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역내에선 브렌트유 수요가 줄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대량 수입이 브렌트유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이번주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95.64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6일 다시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여기에는 국내 정유사들의 새로운 매입 주문이 한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