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스페인 은행들의 뱅크런,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등으로 대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한 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유로존 위기 재발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재발과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등이 실물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당초 기대했던 '상저하고'형 경기회복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등이 제시한 3% 중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근의 대외경제 불안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 정부, 유로존 위기 재발에 따른 실물경제 파급 점검 강화

최근들어 정부 안에서는 성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강해지면서 수출 등 실물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가 저성장 징후가 보이는데 이는 수출, 일자리와 직결된다"면서 "(올해 경제에 대해)상저하고를 예측했는데 오히려 하반기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니 경제팀은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당부가 나온 뒤 기획재정부는 명동 은행회관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실물·자금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전까지 가동했던 상시점검체계를 집중점검 체제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 점검 대상이었던 금융·외환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집계된 각종 지표도 정부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린북에 따르면 소비 경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두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백화점 매출이 전년동기비 0.2% 감소했고 할인점 매출도 6.2% 줄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은 지난달 0.4% 줄어들며 석달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 "실물 경기 지표 부진 우려 크지만 추경 등 검토할 단계 아니야"

당초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상반기에 재정의 60%를 투입해서 회복세를 견인하면 하반기에는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의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치에 못 미치는 등 경기회복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이런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연간 성장률이 당초 전망과 달리 3%초반이나 2%대후반으로 내려가게 되면 세수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기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2013년 균형재정달성도 어려워진다.

최근 정부가 하반기에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각종 기금을 증액해 재정투입 효과를 내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부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1조원 가량의 기금을 증액하고 연말 불용예산을 최소화하면 전체적으로 5조원 가량의 재정집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조치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의 경계감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당부는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점검하라는 취지로 보면 된다"면서 "추경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부에서도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 증가세가 마이너스이기는 하지만 일중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소비 역시 백화점·할인마트 판매 동향 등과 달리 내구재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시그널이 혼재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