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1일 저녁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특별강연을 하며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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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은 누구인가

미국 여러 도시의 일부 학교에서는 취약 계층의 어린이들 중에서 학업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거나 책을 조금 읽기 시작하면 돈을 주는 것이죠.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2달러씩 주기 시작했습니다.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돈을 주는 이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다수는 반대하시네요. 그러면 반대하시는 여러분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청중(극동대 학생) : 1~2학년때 장학금을 받다가 3학년때는 장학금을 못 받았습니다. 저는 장녀라서 부모님의 기대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큽니다. 저보다 더 어린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중 :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공부, 교육을 위한 것입니다. 돈을 받은 것은 공부,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기 위한 꿈과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샌델 교수 :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공부를 하는 이유가 '배우는 것을 좋아해야 하기 때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청중(건국대 학생) : 저는 찬성합니다.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책을 돈 받는게 좋아서 읽게 되더라도 그게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돈이 동기 부여가 되고 책을 읽을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샌델 교수 : 현금이 어린이들을 책을 읽게 만들고 독서를 일단 시작하면 어린이들이 독서를 독서 자체로 즐기게 될 것이란 말이지요? 그렇다면 독서를 하는 것에 대해 돈을 주는 것을 찬성하시는군요. 그렇다면 학생은 어렸을 때 돈을 주면 책을 읽었나요?

청중(건국대 학생) : 저는 책을 읽고 칭찬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스티커를 많이 모으면 갖고 싶은 선물을 집에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런게 좋아서 읽었지만 나중에는 가장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될 정도로 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샌델 교수 :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네요.

청중(한양초 교사) : 저는 어린이들에게 스티커를 주면서 책을 읽게 했는데, 그다지 소용이 없었어요. 공부의 목적이 스티커가 되지,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공부 목적이 지속적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장기적인 공부 목적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중(이화여대생) : 어린이들이 취약계층에 속해 있다면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어린이들이 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샌델 교수 : 독서와 학습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공부'가 내재적인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부모님이 어린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는 것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한국인 부모들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44%는 찬성했고 56%는 반대했습니다. 의견이 완전 갈린 것이죠. 같은 여론조사를 미국에서 했는데, 대부분이 찬성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결과가 달랐어요. 지역별 차이도 컸어요. 뉴욕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들에게 돈을 줬는데 점수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스에서는 책 읽는다고 돈을 줬더니 어린이들이 책을 더 읽었어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더 짧은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더 큰 질문은 이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돈을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독서를 계속할까요 아니면 독서를 멈출까요?

제 친구는 자녀들이 감사 카드를 쓸 때마다 1달러를 줍니다. 저녁 식사를 대접했거나 선물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감사 카드를 쓰지요. 저는 그런 감사 카드를 몇 번 받아왔어요. 나와 나의 아내는 궁금한 것이 있어요. 그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감사 카드를 돈 받고 썼는데, 돈을 받지 않아도 감사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될지가 궁금해요. 이것이 하나의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이 어린이들은 감사 카드는 ‘돈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교훈을 얻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실제로 돈을 주지 않으면 어린이들은 감사 카드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 도덕적 가치가 침해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감사의 미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할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태도과 규범입니다. 돈을 주기 시작하면 감사 카드를 쓰고 책을 읽는 것들, 이러한 중요한 비시장적인 가치와 규범을 내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