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축은행업계에서 '예보저축은행그룹'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폭탄’을 맞은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영업정지되면서 부실 금융회사의 사후 관리 등을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처리해야 할 저축은행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을 빗댄 말입니다. 예보가 저축은행그룹을 만든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축은행 매각 성사율이 높지 않은 예보와 금융당국을 비꼬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달 하순이 되면 예보가 매각을 위해 거느려야 하는 부실 저축은행이 15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자산 규모는 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구요.

우선 가교저축은행(부실저축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설립한 금융회사로 예보가 전액 출자)이 예쓰(전북·으뜸·전주·보해), 예나래(전일·대전), 예솔(경은·부산) 등 3곳 입니다. 여기에는 8개의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됐던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은 정상 저축은행이지만 예보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인 정리금융기관(케이알앤씨)을 통해 관할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에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미래 등 3개 대형 저축은행은 부산솔로몬·호남솔로몬(솔로몬저축은행 계열), 진흥·경기·영남(한국저축은행 계열), 스마일(미래저축은행 계열)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들의 처지도 토마토2저축은행과 비슷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2월말 기준 저축은행은 지난달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을 포함해 97개(자산 규모 64조원)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예보가 거느린 저축은행의 수나 자산규모는 업계 전체의 15%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은 뭘까요. 저축은행이 매물로서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가계대출 등 저축은행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기존에 저축은행들이 주력으로 했던 부동산 PF대출 등에서 추가 부실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대영저축은행(현 현대저축은행)을 960억원에 인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