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수출액이 줄지만, 수입액이 더 크게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발 경제 위기에 중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겹친 탓에 국내 소비 심리마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경제부는 5월 국내 기업들의 총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감소한 472억달러, 수입은 1.2% 줄어든 448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24억달러 흑자로,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넉달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이는 수입액이 크게 줄어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출액에 수입액을 더한 전체 무역 규모는 올해 3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부품(11.9%)·일반기계(10.3%) 등이 수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무선통신기기(-35.7%)·선박(-17.4%) 등의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삼성전자(005930)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역별로는 중남미(38.0%)·중동(22.4%)으로의 수출이 늘었지만, 미국(-16.5%)·유럽연합(EU)(-16.4%)로의 수출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경제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자본재 등의 수입이 위축돼 수출입 증가세는 정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수지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기미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도 이번 달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8.3으로 조사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재점화, 중국 경착륙 가능성,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 위기,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 등 대내외 악재로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허창수 GS(078930)회장 등 참석자들이 최근의 무역수지 흑자를 불황형 흑자로 규정하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