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은 지난 11일 전남 여수공장에서 신동빈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에틸렌 공장 증설 기념식을 가졌다. 에틸렌은 각종 합성수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다. 호남석화는 이번 증설로 국내 최대인 연 211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필름과 전선피복 제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필름·섬유·자동차부품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의 생산 규모도 대폭 늘려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
호남석유화학이 롯데그룹의 계열사인지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에서 호남석화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계열사의 위상은 식품부문을 앞설 정도다. 지난해 호남석화는 하반기 수요 감소에도 사상 최대인 매출 15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4911억원을 거뒀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매출 22조2531억원, 영업이익 1조6629억원에 뒤지지 않는다. 식품부문인 롯데제과의 작년 매출은 2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호남석화는 2003년 현대석유화학과 2004년 고합그룹의 케이피케미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0년엔 말레이시아 최대석유화학 업체인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붙였다. 풍부한 자금력을 발판으로 그룹을 대표해 정유사인 에쓰오일과 자원개발업체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나서기도 했다. 자회사 케이피케미칼은 2009년 파키스탄과 영국에서 잇달아 합성섬유원료 업체를 인수하며 시장을 넓혔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자부문 계열사가 많은 LG화학이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시켰다면, 호남석화는 원료에서 제품까지 석유화학업종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경기 저점에서 과감하게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것이 성공하며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가 발목 잡아
성장을 거듭한 호남석화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둔화로 인해 어려움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2.4% 급감한 2191억원에 그쳤다. 이란발(發) 위기 등의 영향으로 국제원유가격이 강세를 유지한 탓에 원료 가격은 높았지만, 제품 가격은 수요 감소로 급락했다.
지난해 8월 주당 47만5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25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빠진 업황 탓에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자회사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던 경량화 소재와 2차전지 분야도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관측. 업계 관계자는 "호남석화는 현대석화 인수 이후 대부분의 M&A에서 성공하며 생산 규모를 계속 늘려 왔다"며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조만간 중국에서 최대 2조위안(37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미국도 고용 등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석유화학 업황이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