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50 클럽'에 이어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예측하기 힘들지만 국내보다 해외의 평가가 후한 것이 특이하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17일 "한국은 이미 신흥 강국이 아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향후 5년 내 1인당 소득(구매력 평가 기준·PPP)이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30-50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지난해 4만6973달러, 우리나라는 2만2489달러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기준으로 한 소득(구매력 평가 기준)을 따져보면 일본은 2010년에 3만3000달러였고, 우리나라는 같은 기준으로 2만9000달러였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적인 국민소득으로는 한국이 곧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잡지는 한국을 독일·미국·터키와 함께 묶어 영어 앞글자를 딴 'GUTS(영어로 배짱이라는 뜻)'로 표현하면서 "놀라운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는 세계 4대 강국"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기존 '20-50' 멤버 가운데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을 저성장으로 서구권의 발목을 잡는 국가로 분류했다.

"질투 DNA를 질주 본능으로 바꿔라"

그러나 20-50에서 30-50으로의 승격이 앉아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국민에겐 남들보다 잘하고 싶고, 자기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며 "국가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면 질주 본능이 나오겠지만 이것이 막히면 질투 본능이 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좁은 국내에서 다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와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인의 질주 본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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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보면 '20-50 클럽'에 진입한 국가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부 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 독일은 20-50 클럽에 가입한 뒤 4년 만인 1995년 3만달러 고지에 올랐다. 일본은 5년이 걸려 1992년에 고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기간이 가장 길었던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각각 14년이 소요됐다.

그렇다고 20-50 클럽 진입이 3만달러를 반드시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하면 긴장이 풀어지는 '선진국병'이 많이 생긴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소득 수준보다 높은 복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런 현상을 경계해야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경제 활력 계속 유지해야

척박한 환경에서 단시간에 20-50 클럽에 가입한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은 부(富)를 축적하지 못했다. 따라서 활력을 잃지 않고 성장률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뒤처지지 않고 3만달러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때부터 쌓아 놓은 부가 있어 20년간의 저성장을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같은 상황에 빠지면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경제 활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 4%에 못 미치는 성장률로는 10년 후에도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헌재 전 장관은 "일하고 싶어하는 고령층과 여성 인력을 새로운 일자리로 흡수한다면 우리나라 성장률을 6%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은 이민을 받아들이고 출산을 장려하는 인구 구조조정으로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 빠지지 않았다"며 "우리도 인구 담당 부처를 만드는 등 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50 클럽

1인당 소득 2만달러(20K, K는 1000을 나타냄), 인구 5000만명(50M, M은 100만을 의미)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들을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1인당 소득 2만달러는 선진국 문턱으로 진입하는 소득 기준, 인구 5000만명은 인구 강국과 소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7곳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