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신상품을 내놓자마자 세일에 들어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매장의 세일 모습.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마포 신원(009270)본사 1층 에벤에셀홀. 수십명의 여성 고객들이 일렬로 줄을 섰다. 신원이 봄·여름 신상품을 최대 70% 파격세일에 들어가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것. 신원 측은 "대부분은 이월상품을 할인해 내놓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신상품까지 세일 품목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가 소비 침체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봄·여름 의류 신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물량 출고에 바쁜 시기. 하지만 요즘에는 쌓이는 재고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게 패션업계의 분위기다.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이미 봄 신상품은 재고 품목에 들어간 지 오래다. 여름 신상품 역시 저가 물량을 쏟아내는 해외 SPA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업체의 상품 기획자나 디자이너 역시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 의류업체 디자이너는 "소비 침체도 문제지만 날씨 때문에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 상품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이라며 "SPA나 아웃도어 이외의 상품은 찬밥 신세"라고 전했다.

실제 패션업체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상황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영업이익이 9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1073억원) 감소하며 이익률이 7%로 떨어졌다.

제일모직역시 패션 부문에서 260억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9.5% 줄었다. LG패션도 영업이익이 2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349억원) 감소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9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내리막을 보였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인수한 한섬(020000)도 영업이익(224억원)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한국형 SPA 사업을 벌이는 코데즈컴바인(047770)은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F&F(383220)와 아비스타, SG세계물산(004060)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F&F는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57억원)에 비해 반 토막 난 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휠라코리아는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매출이 1718억원으로 작년 1분기(1814억원)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데코네티션은 매출이 감소했지만, 작년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인디에프(014990)역시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성장했지만,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선방한 업체도 있다. SK네트웍스(001740)는 패션 부문에서 올 1분기 1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9% 증가했다. 신원(009270)도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여전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손실을 줄였다. 대현(016090)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해 성장세를 보였다. 캐주얼 브랜드 '써어스데이 아일랜드'로 유명한 지엔코(065060)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성수기로 진입하는 2분기에는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전 유통 채널을 가동해 판촉전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