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이어 내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고금리를 주지 않아도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데다 은행 돈을 빌려 쓰려는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2일부터 ‘금리고정 모기지론’ 대출 상품의 최저 금리를 연 4.83%에서 4.63%로 0.2%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올 초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내리다 보니 우리은행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다른 은행 금리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도 25일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를 4.9%에서 4.75%로 0.15%포인트 내릴 계획이다. 이에 앞선 지난달 15일

은행은 예금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다만 인하폭은 크지 않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월복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95%에서 3.9%로, 18일에는 ‘두근두근커플 정기예금’ 금리를 연 4.28%에서 4.27%로 내렸다. 국민은행도 14일 ‘국민수퍼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3.9%에서 3.88%로 낮췄다.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예금을 받아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수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산정의 기초가 되는 ‘AAA’급 금융채 금리는 3월말 3.63%에서 이달 3.36%로 내려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크다”며 “다만 일부 은행이 4% 중반의 고금리 예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금리 인하 폭이 (당초 계획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를 더 낮춰야 하지만 다른 은행으로 고객이 이탈할까 봐 인하 폭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신한과 국민은행 외에 우리·하나·씨티은행 등도 정기예금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을 유치해도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다른 은행으로 고객을 뺏기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