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만나 1년 넘게 끌어온 특허 소송을 결판내기 위한 담판을 벌인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20일 오후 5시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최 부회장 출장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종균 사장도 동행했다. 그만큼 이번 담판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21일(미국 시각)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 CEO 팀 쿡을 만날 계획. 신종균 사장은 공항에서 "21일과 22일 팀 쿡 애플 CEO와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회동 시각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지성 부회장은 "재판에 대해서는 언급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양사 CEO의 만남은 작년 4월 삼성전자와 애플 두 회사 간 특허 소송이 시작된 이후 처음.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의 디자인과 사용법(유저 인터페이스)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이동통신 기술을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회동은 두 회사의 특허 소송을 담당하는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두 회사가 상호 제기한 특허 소송 건에 대해 7월 30일부터 재판을 속개할 예정인데, 그전에 먼저 두 회사 CEO가 만나 협상을 하라고 명령했다. 애플 팀 쿡 CEO도 법원 명령을 받아들여 최 부회장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로 했다. 법원은 양사 CEO 간 회동에서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번 회동으로 두 회사 간 특허 분쟁이 마무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CEO가 직접 회동하는 데다 두 회사 모두 여러 소송에 따른 엄청난 비용 낭비를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사의 소송 비용은 4억달러(약 4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삼성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독일·일본 등 9개 나라에서 소송 30건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아직 상대방에 대한 결정적 타격을 줄 만한 판결은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미국 내 소송에 한정된 것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소송도 일괄 타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위 임원들이 서로 만나 소송 타결을 위한 협상을 가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관측도 있다. 이번 회동은 재판을 주재하는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일 뿐, 양측이 추가 소송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은 4월 들어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뿐 아니라 맥PC에 대해서도 추가 제소를 했다. 애플도 5월 법원에서 갤럭시탭 구 모델에 대한 판매 금지 잠정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두 CEO의 회동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양사의 특허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애플과 협상할 방안에 대해 "많이 준비했다. 법적 절차인 만큼 가서 만나봐야 방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