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먹는다" 특허괴물이 노리는 韓기업
특허괴물이란 무엇인가요?
김흥남 ETRI 원장 "특허 종합평가 1위 비결은.."
고충곤 ID 부사장 "韓 특허 창출 능력 90점, 활용 능력"

'현문현답. 1-1-1.'

김흥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특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ETRI는 미국 IP전문잡지 'IP 투데이'가 2011년도 전 세계 237개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미국등록 특허평가에서 세계 유수의 기관들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ETRI 뒤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ITRI(대만), MIT(미국), 미 해군 등이 이었다. 그야말로 IT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것이다.

김 원장은 "특허평가에서 세계 1위를 했으니 이제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도 1등 하는 연구소가 될 것"이라며 "특허경영·소송·라이센싱을 강화하는 등 IP(지적재산권) 인프라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평가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 첫 번째 비결, '현문현답'은 현장 속에 문제도 현장 속에 답도 있다는 뜻이다. 김흥남 원장은 "연구원들한테 책상 위에서만 연구할 것이 아니라 IT와 산업을 융합한 좋은 특허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직접 가야 된다는 것을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러한 조언은 그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007년 그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연구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업과 IT를 융합한 유무선 선박 통합네트워크(SAN: Ship Area Network)기술을 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발명하게 된 계기는 그가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LNG선을 탔을 당시 수많은 동선이 지나간 것을 보고 '선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라는 의문을 제기한 데서 시작했다.

그 수많은 동선은 LNG선 가스, 누출, 압력 등을 점검하는 3000개의 센서 이어진 것이었다. SAN기술 개발로 80kg에 달하던 동선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고 배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생겨 인공위성을 통해 배의 상황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김 원장은 IT와 산업을 융합한 사례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세계 표준 SAN 기술이 됐다.

또 다른 비결인 '1-1-1 운동'은 '직원 1명이 1년 동안 혁신적 아이디어 1건을 창출해 나간다'는 의미다. 김흥남 원장은 "ETRI직원 2500명이 1년에 한건의 특허를 만들면 총 2500개인데, 모든 아이디어가 S급 최우수 특허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20%(500건)는 우수한 특허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건수는 한 사람이 한건이면 충분하다"며 "양질의 특허, 표준특허가 될 수 있는 특허 한 건을 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발명자를 대상으로 한 금전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ETRI의 특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ETRI는 특허 실시 보상금의 경우 기술료 수입의 50%를 연구자에게 준다. 현재 ETRI의 특허 출원건수는 약 3만8000여건, 등록건수는 약 2만건으로 해마다 10~15% 늘어나고 있다.

다만 김 원장은 "ETRI가 특허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국내 특허 경쟁력이 양적인 측면에서는 우수해도 수익창출에 관한 경쟁력에서는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약 23% 정도가 특허분쟁을 경험했고 이들 중 60%의 경우 특허분쟁을 통해 손해를 보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인텔렉추얼벤처스, 인터디지털 등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괴물들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챙겼다.

김 원장은 "이러한 막대한 로열티 지급은 안타깝게도 시작에 불과하다"며 "NPE(특허관리전문기업)의 국내 업체에 대한 공격은 기업규모, 지역, 산업 구분없이 무차별적으로 더욱 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지불한 로열티를 비싼 수업료 정도로 생각하고 지금은 원천·표준 기술(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경영 등에 주력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원천·표준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 퀄컴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 기술과 관련한 소수의 표준특허 확보해 막대한 기술료 수입을 올리며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듯, 잘 키운 소수의 원천·표준특허는 연금처럼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특허경쟁력이 기업의 운명,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흥남 원장은 "특히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공방은 전 세계 기업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며 "예전에는 특허가 연구개발에 따른 부산물 정도로 방어적인 측면에서의 자산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제조를 위한 필수조건이자 라이센싱, 매각, 소송, 벤처투자로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자 공격적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도 미래가치가 높은 타기업의 특허를 적극매입하는 외부 기술 확보 전략이 특허괴물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