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막한 조명건축박람회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조명 전시회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조명 분야 기업이 총출동해 다양한 기기와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이 행사는 조명업계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라고도 불린다. 올해도 50개국에서 2352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필립스·오스람·GE 등 글로벌 조명 기업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신제품을 앞다퉈 선보였다. 2년 전 박람회에서는 LED가 주목받는 '신인'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연히 주인공 자리를 꿰찬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도 LED 조명 관련 제품을 공개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1 필립스가 OLED 패널을 이용해 만든 조형물 LivingShapes의 모습. OLED는 장식용 조명시장에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 2 필립스는 지난달 열린 프랑크푸르트 조명건축박람회에서 최대 규모의 전시관으로 참여했다. 필립스는 이번 박람회에 다양한 LED 조명 제품을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 LED 조명 대전

네모난 도넛 모양의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은 필립스와 오스람의 전시관이었다. 세계 최대 조명 기업인 필립스와 오스람은 박람회장 중앙에 서로 마주 보며 전시관을 세웠다. 반도체 사업을 정리하고 조명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필립스는 LED 조명을 대거 선보였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LED 등기구에서부터 '그린비전', '에센셜라인' 등 다양한 종류의 도로 조명까지 LED 조명 수십 종류가 전시됐다. 마크 데 용(Marc De Jong) 필립스 프로페셔널 등기구 사업부 총괄 사장은 "3년 전에는 LED 조명이 전체 조명의 3%도 안 됐지만, 이제는 10% 이상으로 커졌다"며 "현재 필립스 조명 매출의 18% 정도가 LED 조명인데, 2015년에는 이 비율을 50%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로고와 같은 색인 파란색으로 장식한 필립스 전시관과 달리, 오스람 전시관은 주황색으로 장식돼 있었다. 색은 달랐지만, 오스람 역시 LED 조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스람은 실제 의류 매장처럼 옷을 한쪽 면에 가득 걸어놓고 LED 조명으로 제품의 입체감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글로벌 조명 업체들이 LED에 주목하는 이유는 뛰어난 에너지 절감 효과 때문이다. LED 조명은 반도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열로 거의 손실되지 않는다. 조명 업계에서는 전 세계 모든 조명을 LED 조명으로 교체할 경우 40%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ED 조명 시장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전 세계 LED 조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290억달러(약 32조80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1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조명건축박람회에 참가한 LG이노텍의 전시관 모습. / 2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프랑크푸르트 조명건축박람회에 처음으로 전시관을 열고 조명 관련 제품 100여종을 선보였다.

◇ 조명건축박람회 처음 출전한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이노텍 등 한국 기업의 전시관은 중앙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필립스와 오스람 전시관에서 한국 기업 전시관까지 가려면 10분 이상 걸어가야 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반도체와 휴대폰 등에서 세계 일류 기업 이미지를 굳혔지만, 조명 분야에서는 아직 글로벌 기업에 많이 뒤처지는 모습이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이노텍, LG화학, 서울반도체 등이 별도 전시관을 마련했고, 중소기업 10여곳은 코트라와 함께 한국관을 만들어 참석했다. 외진 위치였지만, 삼성전자의 첫 참석에 관람객 발길은 몰렸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LED를 합병하고 LED 조명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도 고효율·고출력 LED 패키지 제품과 조명 부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LED사업부장)은 "LED패키지, LED엔진, LED램프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LED에 적용해 시장을 이끌겠다"고 했다.

LG이노텍도 삼성전자 바로 옆에 전시관을 세우고 다양한 LED 조명 관련 제품들을 공개했다. LG이노텍은 전원 공급 장치, 방열 및 광학 기술, 무선통신 기술 등 LED 조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남정호 솔라앤에너지 상무는 "삼성과 LG는 아직 LED 조명 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돼 필립스 같은 글로벌 기업에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LED 조명은 반도체를 이용한 조명이기 때문에 반도체와 전자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뒤를 잡아라"… OLED 조명도 선보여

필립스 전시관 천장에는 색다른 조명들이 설치돼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삼각형 모양의 조명 패널들은 높이를 바꾸며 끊임없이 반짝였다. 필립스가 상용화한 OLED 조명 패널이었다. OLED는 LED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의 특성을 이용하지만, LED와 달리 면(面) 광원이다. 면의 앞뒤에서 모두 빛을 낼 수 있어 장식용 조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OLED를 활용해 평소에는 거울이나 유리창으로 활용하다 전원을 켜면 불이 들어오는 조명도 만들 수 있다. 아직은 비싼 OLED 가격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특수 조명 시장을 시작으로 점차 일반 조명 시장까지 OLED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 외에도 오스람, LG화학 등 OLED 생산 기술을 갖춘 기업은 이번 박람회에서 OLED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박성수 LG화학 OLED 조명 태스크포스(TF) 전문위원은 "LG화학이 만든 OLED 패널은 밝기와 수명에서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며 "OLED를 일반 가정 조명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할 수 있는 기술력이 LG화학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참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