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정보통신) 대기업'들의 특허 관련 소송이 이전투구로 번지면서 법원의 질타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까지 소송전에 합류하는 등, 세계 IT 기업들의 '특허권 전쟁'은 봇물 터지듯 전선(戰線)을 넓히며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토로라 간의 특허 소송을 맡고 있는 제임스 로바트(Robart) 미국 시애틀지방법원 판사는 이번 주초 열린 재판에서 "두 기업의 행태는 국외자의 눈에 전횡이자 오만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만심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로바트 판사는 이 재판에서 MS와 모토로라 관계자가 3시간 넘게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자 "글로벌 산업 협상에서 법원이 '장기판의 졸(a pawn)'처럼 이용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두 회사가 소송에 들이는 비용만으로도 작은 국가 하나는 먹여 살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MS는 "모토로라가 필수 특허에 대해 너무 비싼 사용료를 매겼다"며 지난 2월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소송을 내고 있다.

글로벌 특허 전쟁의 본격적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도 법원의 견제를 받았다. 두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의 범위를 최근 절반쯤으로 줄여야 했다. 이 재판을 맡고 있는 루시 고(Koh)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너무 많은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두 회사를 질책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원색적 수준으로 높였다. 애플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삼성전자는 우리 제품을 모방해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인한 피해는 수십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애플이 시장 경쟁에서 못 이기자 소송으로 삼성전자 제품 판매를 막으려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2일에는 '쇠락한 휴대폰 명가' 노키아까지 휴대전화 업체인 HTC·리서치인모션(RIM) 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노키아의 지적재산권 담당 임원은 "노키아가 특허권 침해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소송을 낸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키아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처지자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특허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키아는 1분기에 13억4000만유로(약 1조983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신용등급도 '투자부적격'으로 하향되는 수모를 겪었다. 노키아는 약 3만개의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1분기에 지적재산권 관련 수익이 약 5억 유로(약 7400억원)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