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과학기술부 부활,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경제·행정 등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제부총리와 국가 경쟁력의 원천중 하나인 과학기술을 전담할 과학기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데 강한 공감대를 나타냈다. 반면 MB정부가 방송과 통신 정책의 융합을 목표로 출범시킨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덩치를 불린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도 기능과 규모가 축소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금융 정책과 감독의 일원화을 추구하며 출범한 금융위원회와 예산과 경제정책 기능을 합친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의 기능와 조직 형태도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비즈가 창간 2주년을 맞아 ‘자본주의 4.0 시대에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과 조직체계’라는 주제로 경제 전문가(12명), 행정 전문가(11명), 전직 관료 및 시민단체 간부(9명) 등 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그래프=박종규

◆ 전문가 10명 중 6.5명 "경제부총리제 부활해 정책 컨트롤타워 세워야"

이번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32명 중 65.6%(21명)가 MB정부에서 폐지된 경제부총리제 부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5.6%(5명)에 그쳤다. 특히 경제전문가 중에서는 반대 의견이 없었다. 찬성은 경제전문가, 행정전문가, 전직 관료 및 기타그룹 등에서 공히 7명씩 나왔다.

이같은 결과는 MB정부에서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이를 통해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일사분란하게 추진해 나가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현 정부들어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 ‘경제정책 사각편대’가 기능 보다는 구성원 면면에 따라 ‘협력’과 ‘반목’ 사이에서 무게추를 옮겨다녔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기약 등 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나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도입 등이 약사와 의사 단체의 반대와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경제부총리는 대외경제정책조정권은 물론 국무총리의 명을 받아 재정, 예산, 금융감독 부처와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을 총괄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다. 1964년 도입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폐지됐다가 2001년 되살아나 2007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MB 정부 출범후 '작지만 강한 정부' 기조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없어졌다.

◆ 과기부·정통부 '부활'-방통위 '폐지'-지경부·국토부·금융위 '축소'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없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키는 대신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설문 참여자 32명 중 62.5%(20명)가 과학기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응답했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정보통신부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56.3%(18명)가 찬성했다.

이들은 과학기술부 폐지를 MB정부 조직 개편의 최악의 실패작(응답률 20.3%)으로 지목했다. 정보통신부 폐지와 방송통신위 출범도 각각 17.3%의 응답률을 기록하며 잘못된 조직개편 공동 2위에 올랐다. 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 관련 부처는 차기 정부에서 신설 또는 강화돼야 하는 부처 1, 2위에 지목됐다. 기능이 축소 또는 폐지돼야할 부처는 지식경제부(15.2%), 금융위원회·국토해양부(13%), 행정안전부·교육과학기술부(8.7%), 여성가족부(6.5%) 등이 상위에 올랐다.

이같은 반응은 MB정부 국정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MB정부의 국정운영에 미흡한 부분으로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 증진 정책 부진을 꼽은 응답자가 12.5%(5위)에 달했다. 또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개발과 지식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응답이 11.7%(5위)에 이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 부처간 역할 조정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기획재정부 체제가 유지돼도 무방하다는 응답자는 조사대상(32명)의 35.5%(11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예산·기획 부문와 거시·세제 정책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는 참여정부 때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형태로 나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35.5%(11명)으로 나왔고,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22.6%였다.

금융정책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도 국내금융(금융위원회)과 국제금융(기획재정부)이 현재와 같이 분리돼 있는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8.1%(9명)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정책 기능이 합쳐져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구체적인 조직개편 형태로는 과거 재정경제부 처럼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기능이 단일한 부처의 별도의 국(局)·실 형태로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재정경제부 형태가 37.5%(11명)의 지지를 받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 기능이 분리돼 금융위원회와 합쳐지는 금융부 형태의 별도 부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28.1%(9명)였다.

◆ "현 정부조직 자본주의 4.0 수행에 부적절…정부 조직개편 불가피"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안적인 경제체제로 부각되고 있는 자본주의 4.0 시대 정부가 중점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소득 등 계층간 양극화 해소(28.1%·18명)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28.1%·18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균형 재정 등 재정건전성(14.1%·9명)과 저출산 고령화 해소(9.4%·6명), 서비스업 선진화 등 신성장동력 창출(7.8%·5명) 등이 뒤를 따랐다.

이런 과제를 중점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모았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7명(53.2%)이 MB정부 조직체제로 자본주의 4.0시대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MB정부 조직이 자본주의 4.0시대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명(6.3%)에 불과했다.

차기 정부가 추구해야할 기조로는 취약계층 보호를 통한 더불어 사는 사회(34.4%)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정부 건설도 21.9%의 지지를 받았다. 현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와 성장위주의 경제활성화는 각각 12.5%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차기 정부가 중점으로 추진할 과제로는 일자리창출(18.8%), 균형재정 등 재정건전성 강화(17.2%), 저출산 고령화 해소(13.3%), 과학기술개발 지원과 지식인프라 구축(11.7%)이 주로 꼽혔다. 반대로 축소해야할 정부 기능으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20.8%), 중앙정부의 지방행정 관장업무(15.6%), 과도한 교육규제(13.5%), 금융당국의 과도한 행정지도(12.5%), 정부의 수출 대기업지원(11.5%) 등의 순으로 많이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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