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8시 경기 용인에 있는 한국GM 쉐보레 레이싱팀 거라지(garage·차고). 아침부터 '우우웅' 하는 중저음의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합숙소 안을 들여다보니 뼈대만 남은 자동차 사이로 2~3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2012년 시즌을 위해 신차를 튜닝하는 것이다. 온갖 공구 속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첩보영화에 나오는 비밀기지에 온 듯 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한국GM이 유일하게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GM대우시절 '라세티'로 국내대회서 종합우승을 한 이래 최근 크루즈 모델까지 5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 부품 품질·내구성 좋아 튜닝 때도 그대로 사용 성능 2배로
이날 쉐보레 레이싱팀이 튜닝한 신차는 1.8L(리터) 엔진을 탑재한 쉐보레 크루즈다. 최고출력 142마력, 최대토크 17.8kg·m의 준준형 세단은 튜팅을 통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7kg·m으로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된 '괴물'로 변신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 박스터(265마력·28.5kg·m)보다 더 성능이 좋아지는 셈이다.
튜닝은 크루즈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면서 시작됐다. 엔진 출력을 높이려면 실린더 내부로 공기를 보내는 과급기를 달아 엔진에 더 많은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또 보조석이나 뒷좌석 등 무게가 나가고 경기에 불필요한 것들은 다 떼어 냈다. 유리창 무게도 줄이려고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이렇게 하니 차 무게가 1355Kg에서 1155kg으로 200Kg 가량 줄었다. 그만큼 가속력이 좋아진다고 이재우 레이싱팀 감독은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일반적으로 튜닝으로 엔진출력을 2배 올리면 거의 부품을 다 바꿔야하지만 크루즈의 경우는 튜닝에 새로 들어가는 부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출고 때 부품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튜닝용 전용 부품을 안쓰고 일반 차량 부품을 쓰지만 경기 중에 차가 멈추거나 고장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레이싱카는 트랙에서 시속 230~240km로 달리고 커브길에서도 시속 130km 이상의 속력을 유지한다. 그만큼 운전환경이 일반차보다 가혹해 차량의 품질이 중요하다. 엔진출력을 차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대형사고가 나거나 경기 도중에 '리타이어'(경기 완주를 못하는 것)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용차를 개조한 다른 레이싱카의 경우는 엔진의 출력을 높이면 엔진 내 피스톤과 커네팅로드에 큰 충격이 가해져 견디질 못해 고성능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크루즈의 경우 공장에서 나온 그대로의 피스톤과 커네팅로드를 사용한다.
한국GM이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레이싱팀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이싱카에도 바로 사용할 정도로 품질이 좋은 부품으로 차를 만들어 판다는 이미지 제고 효과인 것이다. 경기에서 우승하고 좋은 성적을 낼수록 한국GM 완성차의 내구성이나 품질완성도도 덩달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레이싱카로 개조하려면 인건비와 차량가격을 제외하고도 1억원 이상의 튜닝비용이 들어가 차 값으로 치면 2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쉐보레 레이싱팀은 이날 개조한 차량으로 5월 영암과 태백 서킷에서 진행되는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 2000클래스에 참가한다. 올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아마추어 부분에서 '크루즈 원메이크 경기(한가지 차종끼리 시합을 벌이는 경기)'가 신설돼 크루즈를 보유한 자동차마니아라면 자신의 차량으로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
◆ 운전석만 덜렁, '쏙' 빠지는 운전대, 시동거니 '성난 들소'로
튜닝을 마친 레이싱용 크루즈 차안은 운전석을 빼면 전선들과 온갖 장비로 채워져 있었다. 운전대도 없는 차로 어떻게 레이싱 서킷을 달릴까 싶었다. 이 감독이 "운전석에 일단 앉아보라"며 어디선가 운전대를 갖고 와 꽂았다. 레이싱카는 고속 주행 때 시야를 넓게 확보하기 위해 운전석이 앞 유리에 바짝 붙어 있다.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아 운전대를 착탈식으로 만든다는 설명이다.
시동은 일부 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버튼식으로 걸게 돼 있었다. 이 감독은 "고급차에 적용된 기술이 아니라 레이싱 선수 편의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일반 양산차에 적용된 것"이라고 알려줬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귀가 따가울 정도로 날카로운 머플러음과 운전대를 잡은 손에 엔진의 진동이 크게 느껴졌다. 정숙하기만 했던 준준형차가 '성난 황소'로 변한 듯 했다. 그러나 가속페달은 밟지 못했다. 레이싱 전용으로 개조된 차라 일반도로에서는 관련법상 주행이 불허됐기 때문이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쉐보레 레이싱팀은 국내 완성차 업계 유일한 레이싱팀으로 한국GM의 브랜드 이미지 재고는 물론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점검할 좋은 기회들을 만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