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 3~4곳에 대한 영업정지가 빠르면 이번주말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말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은 5개 저축은행과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은 1개 저축은행 등 6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있다. 특히 저축은행 10위권내 대형저축은행 3곳이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전국에 계열 저축은행을 두고 있어 동시다발적인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원금과 이자 합계액) 초과 예금이 789억원,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권이 5000억원에 달한다. 예금보호를 받지 못하는 금액이 6000억원에 가까운 것이다.

또 지난해 삼화 부산 등 저축은행 퇴출과정에서 보았듯이 불법 구명 로비 및 대출 등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전날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들을 검사하던 중 불법사실이 적발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공식적으로 의뢰했다.

◆ 대형저축은행 줄줄이 퇴출 임박한 이유는? 추가 부실 드러나고 PF대출 충당금도 부담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9월 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토마토 등 7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켰다. 또 다른 6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 증자, 자금유치, 자산매각 등 경영개선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인정하고 자체 정상화 시간을 줬다. 이들 중 4개는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경영개선명령 대상이었지만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지금까지 유예조치를 받았다.

6개 저축은행 일부는 자구계획을 달성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자산매각 등을 모두 완료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산매각은 허위·가장 매각인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추가 부실이 발생해 손실이 더 늘어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무리 검사를 제대로 한다고 해도 저축은행들이 불법대출이나 감춰놓은 부실 등이 많아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전체 부실의 30% 밖에 발견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라며 "추가 손실이 드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2008년부터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인수해 5년간 맡아주기로 한 저축은행들의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도 부담이 됐다. 캠코가 2008년부터 4번에 걸쳐 인수한 저축은행들의 부실 부동산PF채권 규모는 484개 사업장에서 7조3800억원이다. 부실 PF채권을 일정기간 맡았다가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저축은행들의 부담을 당분간 줄여주기로 한 것인데, 매각되거나 정상화된 PF가 거의 없어 대부분이 2013년말부터 다시 저축은행들에게 환매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5년 유예기간 동안 매 분기마다 나눠서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을 인식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저축은행들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실 부동산 PF채권에서 유효담보를 뺀 금액의 7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도록 했다.

◆ 동시다발적인 대량 인출사태 불가피…“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대형저축은행들의 퇴출이 결정되면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는 불가피하다. 임석 회장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암시한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고 지방 계열사까지 합하면 7조원대다.

4일 오후 2시10분 현재 솔로몬저축은행 서울 대치 본점에서는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이 운집하면서 대기자가 1170명을 넘는 등 이미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솔로몬저축은행 테헤란지점의 경우도 대기자가 600명 이상 몰려있다.

다른 저축은행도 계열사를 합해 자산규모가 각각 6조원, 2조원대다. 이들이 영업정지될 경우 아직은 정상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지방 계열사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말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액은 5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영업정지 당한 7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피해액 2200억원의 두배를 넘는 규모다. 후순위채권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저축은행이 퇴출되면 휴지조각으로 전락한다. 부산저축은행의 사례에서 보듯이 후순위채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다만 1,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5000만원 초과 예금자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예금한 고객 가운데 5000만원 초과 예금액과 예금자 수는 총 1560억원, 2만5766명이었으나 지난해 말 영업정지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액과 예금자 수는 790억원, 1만4000명으로 훨씬 적다.

또 금융감독당국은 이번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으로 금융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2~3%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 대형저축은행 불법대출·횡령·배임 혐의 적발‥정치적 파장 만만치 않을 듯

1,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을 감안하면 정치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대형 저축은행 검사 과정에서 불법대출, 횡령·배임 혐의 등을 적발하고 이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을 상대로 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출 대상인 저축은행 중 일부는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 모두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 회장이 구속되면 금뺏지 3~4개는 달고 들어갈 것(국회의원 3~4명도 함께 구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라는 말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례처럼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저축은행들 "자산 분류 기준에 불만" vs 금감원 "동일 기준 적용"

저축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의 구조조정 기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금감원의 기준은 2007년쯤의 가장 보수적인 충당금 기준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상으로 분류되던 대출이 고정이나 회수의문으로 바뀌게 됐다"며 "또 지난해 9월에 금융감독당국에 낸 경영개선계획서대로 자회사 매각, 사옥 매각, 유상증자 등을 했지만 나중에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가치에 대한 실사를 하면서 계속기업 가치가 아닌 청산가치로 따졌다"며 "이미 답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난해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곧 모든 것을 공개하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