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적지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들에 대한 퇴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에선 예금 인출 고객들이 몰리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당국은 빠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말에는 금융위원회 임시 회의를 열어 자산매각, 자본확충 등 자구계획이 미흡한 저축은행 3~4개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특히 영업정지 대상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형저축은행 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실제 퇴출이 결정될 경우 예금자들의 혼란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영업정지 유예 저축은행에 예금 인출 고객 몰려
3일 지난해말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5개 저축은행중 상당수가 퇴출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일부 저축은행 지점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특히 솔로몬저축은행은 임석 회장이 3일자 조간 신문 인터뷰를 통해 영업정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고 심정을 토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금인출 고객이 다른 저축은행들보다 더 많았다. 서울 대치동 본점에는 평소 150명 정도의 두배를 넘는 320여명의 고객들이 방문해 예금을 인출해갔다. 오후 4시쯤에는 대기인 수가 90여명으로 늘어났다. 건물 주변에서는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30대 여성은 "3개월 전에 2000만원을 1년 만기로 예금했는데 인터넷에서 저축은행 영업정지 기사를 보고 불안해서 돈을 찾으러 왔다"며 "이자를 하나도 못받고 원금만 겨우 건졌다"고 말했다.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다른 저축은행은 솔로몬저축은행 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H저축은행의 강남 본점에는 평소보다 고객수가 20% 늘어 190여명이 몰렸고 대기인 수가 30여명 정도 됐다. M저축은행 강남 본점에도 고객이 평소보다 10% 더 많이 몰렸고, 또다른 H저축은행의 서울 시내 본점에도 평소에는 하루 평균 80~100명의 고객이 방문했으나 이날은 130여명이 찾았다. 그러나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던 또다른 H저축은행의 경우 퇴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H저축은행 관계자는 "언론을 보고 일부 고객들이 불안해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H저축은행을 방문한 50대 여성은 "오늘 정기적금 만기가 된 게 있어서 찾으러 왔고 나머지 2000만원 정도 예금이 있지만 5000만원 이내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저축은행 직원은 "금융감독당국의 방침이 정해진 게 없고, 확인된 것도 없다"고 고객들에게 얘기하고 있지만 고객들 상당수는 예금을 그대로 찾아갔다. 솔로몬저축은행을 방문한 50대 여성은 "엊그제 전화를 걸어 문제 없냐고 물어보니 건물 매각이 됐기 때문에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했는데 오늘 방송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 예금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는 40대 초반의 한 남성은 "후순위채가 내년 9월 만기인데 지금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살펴보러 왔다"고 불안해 했다.
◆ 3~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가능성‥휴지조각 후순위채 5천억원
금융감독원은 최근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들을 검사하던 중 불법사실이 적발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공식적으로 의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검사하던 중 잘못된 것(불법대출 등)을 발견하면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한다"고 말했다.
검찰조사 의뢰는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임박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말 학계,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7~9명으로 구성된 경영평가위원회를 소집하고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을 결정해 퇴출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영업정지가 유예된 저축은행 중 4개 저축은행과 작년 말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았던 또다른 저축은행 중에서 3~4개가 영업정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적기시정조치 유예 5개 저축은행에서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5000만원 이상을 예금한 사람은 1만4000여명이며, 초과 예금액은 789억원(총 예금의 0.74%)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5000만원 초과 예금 2089억원과 비교해 13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예보는 법인 등의 예금을 제외할 경우 개인들의 보호한도 초과 예금규모는 더욱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저축은행이 퇴출되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후순위채권 규모는 총 5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퇴출 대상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보유자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