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성 BnB HERO 대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숙박시설을 짓는 것보다 미국의 BnB(Bed and Breakfast·잠자리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실용적인 숙박서비스)와 같은 모델을 활용하면 관광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문제를 해결하고 집주인도 노는 방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BnB 사업을 시작한 조민성 BnB HERO 대표는 "BnB가 활성화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부족 문제는 물론 도시 슬럼화, 노인층 돈벌이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BnB는 '베드 앤드 블랙퍼스트(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쓰지 않은 집을 활용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기초 개념으로 한다. 이용하지 않는 시설이나 장비 등을 빌려줘 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빌려주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고 빌려쓰는 사람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착한 소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서 BnB 사업을 하고 있는 조 대표를 만나 사업의 의미와 성공의 조건을 들어봤다.

조민성 대표가 모델하우스로 쓰기 위해 임대한 집

-BnB HERO의 사업 모델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BnB HERO는 개인 소유의 집이나 한옥, 농촌의 빈집과 과수원, 게스트하우스 같은 남는 공간을 전 세계 여행자들이 쉽게 검색하고 예약·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남는 공간을 나눔으로써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이를 이용하는 게스트는 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여행하는 지역의 문화적 체험까지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한국에서 BnB Hero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금전적 어려움과 외로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BNB 사업을 하면 노는 방을 임대해 소득을 올리고 동시에 외로움도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빈방을 BnB HERO를 통해 빌려주고 있다. 이들은 나이 때문에 돈벌이 할 곳도 없고 자식들을 다 키워 집에서 사람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을 빌려주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됐다고 좋아한다. 이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다."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일반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에 대한 보증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를 책임진다. BnB 사업모델은 개인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용자들의 신원을 알 수 있고 한번 평판이 나빠진 이용자는 다른 Bn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려고 작심하지 않은 이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실제 한국보다 BnB 서비스가 먼저 도입된 미국의 경우 힐튼 호텔 이용자 1만명 중 평균 문제 발생 건수가 10건인 반면 Air BnB는 0.1건에 불과하다."

조민성 BnB HERO대표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빌려주기 위해 임대한 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이나 장비를 임대해주는 호스트가 할 일은 무엇인가.
"특별한 일은 없다. 방이나 장비를 빌려주려는 호스트는 오래된 장판이나 벽지를 바꾸는 등 깨끗한 상태만 만들어 주면 된다. 장비도 제대로 작동이 되면 된다. 이 정도만 해도 하루에 몇 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BnB가 도시 슬럼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이다. 재개발 예정지로 지정돼 집주인들이 돈을 들여 집을 수리하지 않는다. 불편하면 집을 놔두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버리는 식이다. 빈집이 많은 이유다. 재개발이 지연되면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빈집도 조금만 돈을 들여 손을 보면 관광객들에게 빌려주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수입에 대한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전문적으로 건물을 임대해서 방을 빌려주는 이들도 생겨날 것 같고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BnB 사업에 참여한 임대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건물을 임대한 뒤 이를 재임대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태원만해도 호텔과 모텔, 여인숙을 다 합쳐봐야 객실이 약 600개에 불과하다. 숙박시설을 짓기도 마땅치 않다. 엄청난 땅값이며 건설비 등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빈집이나 노는 방을 이용하면 아주 작은 돈으로도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이 머물면서 쓰는 돈도 엄청나다. 앞으로 세금 관련 법령이 만들어지겠지만 이런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BnB 활성화를 장려하는 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BnB를 위해 집을 빌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태원 주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건물을 하나 임대해 일종의 모델 하우스를 만들었다. 연립주택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으로 통째로 빌린 뒤 한국 색깔을 넣는 페인트 칠 등 간단한 수리를 한 후 빌려주고 있다. 이곳에서만 매월 1000만원씩 벌고 있다. 집 청소는 인근 노인복지회에 맡기고, 외국인과의 소통을 위해 대학생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를 지켜 본 주변 어르신들도 적극적으로 방을 내놓고 있다."

-외국계 IT회사의 고위 임원 출신이라고 들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관두고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불치병을 앓고 계시던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회사의 중역자리를 관두고 나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고,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연치 않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Air BnB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남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추진중인 사업은.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 지역을 대상으로 BnB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엑스포가 국제적인 행사지만 여수에는 숙박시설이 많이 부족해 고민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허름한 모텔 방도 하루에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그래서 한국관광공사·시민단체와 협력해 여수 시민들이 BnB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이미 적지않은 시민들이 남는 방을 내놓았으며 심지어 나이드신 분들은 살던 집을 빌려주고 친척집에서 머물 정도로 호응이 좋다. 아파트 한 채를 10만원도 안되는 돈에 통째로 빌릴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하지만 여전히 방이 부족한 상태다. 빈방이나 빈집을 가진 시민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