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한 검역소에서 검역관이 미국산 쇠고기 박스 포장을 뜯은 뒤 쇠고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쇠고기 속에 SRM(뇌 등 위험물질)이 들어 있는지 여부가 중점 점검 사항이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나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통상 마찰과 국제사회에서의 공신력을 고려해 '검역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자 축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검역 중단을 못 한다면 일단 수입되는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100% 검역을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 중단이나 검역 중단처럼 통상 마찰을 불러오는 조치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한 카드라는 얘기다.

◇축산 전문가 "검역 중단 못 한다면 전수 검역이라도"

서울대 이영순 교수는 "이번 광우병 젖소는 '비정형' 광우병으로 판명 난 데다 10살이 넘어 수입 가능성이 아예 없다. 과학적으로 보면 우려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역시 전수 조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섭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전수 검사는 우리 검역 당국이 법에 의해서라 아니라 실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치"라며 "따라서 통상 마찰 우려가 검역 중단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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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비율을 높여 왔다. 25일에는 기존 수입량의 3%에서 10%로, 26일에는 30%, 27일에는 50%까지 검역비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검역검사본부에 '100% 검사'를 요구했지만 검역검사본부에서 인력이 부족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50%까지 비율을 올렸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9일에도 서규용 장관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전수 검사'를 논의했지만 일단 현행대로 50%만 검사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로 된 검역 시한을 수입업자와 협의해 늘리면 돼

하지만 수입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현재 3일로 돼 있는 검사 기한을 늘린다면 100% 검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행 검역 관련 민원 처리 규정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가 검역검사본부에 도착한 지 3일 이내에 검역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3일을 넘겨도 벌칙 조항은 없다. 또 규정 자체가 법에 정해진 것이 아니고 정부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다만 검역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입업자들은 보관비용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협의와 설득이 필요하다.

인력이 부족해 물리적으로 전수 검사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전수 검역을 발표하면 검역이 대폭 지연되면서 수입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번 광우병 사태로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면 검역 부담 자체가 차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0일 미국 현지에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장(단장)과 학계, 소비자 단체, 유관 단체 소속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한다. 조사단은 광우병 젖소를 분석한 미국 국립수의연구소 등을 방문해 미국측 역학 조사 과정, 사료 제조 및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의 광우병 젖소가 발생한 농장의 경우 사유지라 농장주의 허락이 필요해 현재로선 방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