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사상 최초로 한국 원화 국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7일 "일본 정부가 한국이 발행한 원화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3월 중국 국채 650억위안어치(100억달러)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중국 국채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도 최대 200억위안(32억달러)의 투자한도를 정해 놓고, 24일부터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중국 위안화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이미 원화·엔화 국채 모두에 투자하고 있다.

한·중·일 3국 간에 상호 국채 보유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 간 통화 협력을 강화하고,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화 비중을 줄이기 위해 3국 간 정책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호 국채 투자, 동아시아 금융안정에 효과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의 상호 국채 투자가 동아시아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투자자금인 외환보유액으로 각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만큼 각국의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역내 금융안정을 추진하는 아시아 차원의 협력체제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로화 같은 단일 통화체제로 가는 것보다는 이 같은 협력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도 한일·중일 간에 금융협력강화는 "서구의 채무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채를 일방적으로 보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바로잡는 효과도 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 국채에 많이 투자했다가 갑자기 투자금을 빼갈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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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에선 금융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어 왔다. 한국과 일본은 작년 10월 한일 통화스와프(서로 다른 통화를 맞바꾸는 거래) 규모를 700억달러로 늘린 데 이어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도 1800억위안에서 3600억위안으로 두배 늘린 바 있다. 한·중·일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협력해 지역 내 다자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1200억달러에서 2400억달러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도 필요

한국은행은 위안화 국채에 투자하는 이유로 '투자 다변화'를 꼽고 있다. 현재 10년물 중국 국채금리는 연 3.5% 수준으로 제로(0)금리에 가까운 선진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

또 작년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하락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채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불릴 만큼 덩치가 커진 중국 국채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역시 외환보유액을 국외로 내보냄으로써 엔고(円高) 현상을 억제하고, 미 달러 일변도의 외화자산을 다변화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경제적 차원이 아닌 외교적 영향력 확대 목적도 있다. 아즈미쥰(安住淳) 재무상은 중국 국채매입에 대해 "달러에 대한 신인도가 변한 것이 아니라 외교상의 필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