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삼일피더블유씨컨설팅가 금융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26일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방안'의 골자는 대형가맹점, 소비자, 카드사 등이 받고 있는 편익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대형가맹점과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수료, 연회비 등 비용 부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익을 얻고 있으며 그 편익에 대한 비용은 협상력이 약한 일반가맹점에 전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각 주체가 편익과 비용을 골고루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 금지, 영세가맹점 우대 등이 명시된 만큼 새로운 수수료 개편방안을 법으로 강제해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후발 카드사들은 선발 카드사들을 따라잡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사실상 봉쇄됐고, 대형가맹점의 비용 증가와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에 따른 불만도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가맹점 상위 0.06%가 카드거래금액 전체의 50% 차지
이번 개편안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00개의 대형가맹점은 숫자 상으로는 가맹점 전체의 0.06%에 불과하지만 카드거래금액은 17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50.5%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대형할인점, 통신서비스회사, 종합병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강력한 협상력 덕분에 평균 수수료율이 1.62% 밖에 되지 않는다.
연매출 2억원 이상인 일반가맹점은 56만개로 숫자상으로 33.5%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거래금액은 12조1000억원으로 35.3%다. 두가지의 비율이 엇비슷하지만 대형가맹점 보다 협상력이 약해 평균 수수료율은 2.4%에 달한다.
연매출 2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은 111만개로 숫자상으로 66.4%를 차지하지만 카드 거래금액은 4조9000억원(14.3%)에 그친다. 이들은 1.8%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 대형가맹점, 소비자, 카드사 등이 비용 분담해야
금융위는 대형가맹점, 소비자, 카드사가 모두 편익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상위 1000개의 대형가맹점이 전체 카드거래금액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수료율을 조금만 올려도 나머지 일반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형가맹점이 할인이나 마일리지 혜택 등 자체적인 마케팅을 하는 데 발생하는 카드 부가서비스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카드사들의 고비용 마케팅 구조도 바로잡을 계획이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2005년 1조3000억원에서 2010년 4조3000억원으로 3.3배로 증가했다. 금융위는 마케팅 비용에 대해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축소하기 어렵다는 것을 문제의 본질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카드상품 출시 때 부가서비스 비용 상한제 등 금융감독원의 인가 강화, 회원 연회비 면제 규제, 카드사 총 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율 제한 등 규제를 통해 마케팅 고비용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카드사 규제에 따라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혜택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반가맹점이 비정상적으로 비용을 부담했던 부가서비스가 정상화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카드는 사회적 인프라이자 공공재...정부가 개입한다"
금융위는 기본적으로 카드를 사회적 인프라이자 공공재로 보고 있다. 가장 좋은 방안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겨 가맹점 수수료율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가 카드 활성화를 위해 카드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카드의무수납제), 카드를 사용했다고 해서 가격을 더 높이 받지 못하도록 하면서(카드-현금 가격차별 금지) 공공성을 띨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만약 대형가맹점이나 카드사들이 새로 개편되는 가맹점 수수료안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개정돼 오는 12월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영세가맹점 우대,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 금지 등을 명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행위를 할 경우 징역 1개월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릴 수 있고 카드사가 법을 어기면 3개월 영업정지를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공정위 통보, 조정요구권 발동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 이론상으론 바람직하지만...현실에서도 통할까?
이번에 발표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방안은 편익에 따른 비용 부담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이론상으로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드사, 소비자, 대형가맹점, 중소가맹점 등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당장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이익이 줄어든다. 또 마케팅 비용을 축소할 경우 후발 카드사나 중소형 카드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 이들은 마케팅을 많이 해서 기존 선발 카드사들의 시장을 잠식해야 하는데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면 기존 시장 구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가맹점은 당장 고객들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각종 할인혜택 등 부가서비스와 연회비 면제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입력 2012.04.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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