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야에선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단독주택 분야에서는 일본 건설사가 앞서고 있죠. 최근 한국에서 단독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시장성도 충분합니다."
일본 최대 목재 회사인 스미토모임업(住友林業)의 건축기술관 오히나타 가즈히코(大日向和彦)씨는 경기도 판교 신도시의 단독주택 건설 현장에서 품질 관리와 공정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스미토모임업은 2006년 한국의 목재 전문 기업 동화홀딩스와 합작해 단독주택 건축 회사인 동화SFC하우징을 설립하고 '네이처하우스'라는 단독주택 브랜드를 출시했다. 스미토모임업이 동화SFC하우징을 통해 판교에 지은 단독주택은 30여채가량. 현재 스미토모임업뿐 아니라 미사와홈, 세키스이하임, 타니가와건설 등 일본 단독주택 건설사들이 한국에 진출, 수도권은 물론 지방 도시에 단독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본 건설사 "단독주택은 건설이 아닌 제조업"
일본 목조 주택 전문 회사로 유명한 '미사와홈'은 일본 도요타그룹 주택사업부 도요타하우징코퍼레이션의 자회사다. 회사 이름과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의 앞글자를 따 '미코하우스'라는 판매 법인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단독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단독주택 모델하우스를 지었고, 현재 경기도 안성과 강원도 고성 등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일본 건설사들은 소비자가 제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설계를 한 뒤 일본 공장에서 주택의 벽·바닥·문 등 모든 자재를 미리 생산한다. 그 후 자재를 한국으로 들여와 현장에서는 조립만 한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3~4개월, 실제 조립 과정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정해연 미코하우스 대표는 "한국에선 단독주택이 '건설'의 일종이지만, 일본 건설사들은 '제조업'이라는 개념이 강하다"며 "공장에서 모든 재료를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비와 건축 기간을 줄이는 것이 일본 건설사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일본의 에너지 절감형 주택 전문 업체인 세키스이화학공업은 '세키스이하임' 브랜드로 한국 주택 시장에 진출, 지난해 하반기 용인 동백에 모델하우스를 짓고 사업에 나섰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 200여 가구 규모의 단독주택 단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역시 공장에서 규격화된 건축자재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철제 모듈 공법'(조립형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목조 주택 전문 회사인 타니가와는 판교신도시에 한국 법인 '타니가와코리아'를 설립하고 지난해 10월에는 모델하우스를 지어놓고 사업을 시작해 현재 3건가량의 공사를 수주해 진행했다.
◇수도권 단독주택 7억~10억원 수준
일본 건설사들이 한국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 주택 시장 사정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1980년 아파트 비중은 19%에 불과했으나 재테크 수단으로 아파트가 주목받으면서 현재는 60%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단독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주거 형태지만 주택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져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건설사들은 그러나 현재까지는 일부 고급 주택 시장에 제한돼 있다. 단독주택 공사비는 아파트의 2~2.5배인 3.3㎡(1평)당 700만~800만원 수준이다. 수도권 신도시 단독주택 지구에 건축 면적 165㎡(50평)짜리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건축비와 땅값까지 포함하면 보통 7억~10억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공사비가 비싸고, 관리비도 비싼 편이어서, 당분간은 고가 주택 소비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