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판매부진에 빠져 있다. 단기간 안에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재고가 늘어난 탓에 이달 들어 평일에만 공장가동을 사흘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이 소비자들에게 전해지면서 판매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내수 4788대, 수출 8143대로 총 1만2931대를 팔았다. 작년 3월보다 각각 42%, 43% 떨어졌다. 차가 안 팔려 서울 강남의 대형매장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르노삼성 나기성 전무는 "일시적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쏟고 있다"며 "성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제품이 소비자 눈높이 못 따라

르노삼성 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우선 제품경쟁력 약화다. 1998년 삼성자동차 시절에 나왔던 초대(初代) SM5는 경쟁모델이었던 현대차 쏘나타3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여줬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작년 8월 출시된 신형 SM7은 뒷좌석 공간의 안락함이나 정숙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현대차의 물량 공세, 수입차의 프리미엄 마케팅을 막아내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경쟁모델인 그랜저에 비해 최고출력과 연비도 각각 10~15% 떨어진다. 디자인 완성도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SM7의 올해 월 판매는 600~700대에 머물러 있다.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현대차 그랜저가 여전히 월 8000대씩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SM7은 모기업인 르노 차량을 기본으로 만들어졌지만, 르노삼성이 완전히 새로 개발한 것. 따라서 한국에서 월 3000대는 팔려야 개발비 및 추가 개발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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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개발 한계… 신임사장 "국산화 노력"

구조적 한계가 판매부진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모든 업무를 서울 본사에서 통합진행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투자 집중력이 대단하다. 반면 르노삼성은 연구소장이 엔지니어 한 명 뽑으려 해도, 본사(르노) 허가가 필요하다. 한두 달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르노-닛산 기술을 사서 쓰다 보니, 기술료 지급도 많고 한국 엔지니어의 독자성이 줄어드는 문제도 크다. 2000년 이후 르노-닛산이 르노삼성에서 받아간 로열티는 4944억원으로, 르노가 2000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 인수에 투입한 현금 2090억원의 2.4배에 해당한다. 엔진·변속기 등 값비싼 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엔고(高)에 따른 비용상승도 문제다. 작년 말 설립된 르노삼성 노조 등에선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에서 로열티만 챙기고 현지화 및 고비용 구조 개선을 외면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르노 잘못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르노삼성은 르노가 지분 80%를 보유한 프랑스계 기업이며, 르노가 그룹 전체에 이익이 되는 비용구조를 만드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작년 10월 부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신임 사장은 르노삼성의 구조적인 고비용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산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수입하던 SM3 엔진은 올해 8월부터 국내 생산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국산화율을 기존 60%에서 80%로 높일 계획이다.

◇3분기 부분변경 모델 출시… '차별화' 고민해야

르노삼성은 2014년까지 신차 투입 예정이 없다. 다만 올해 3분기에 SM3와 SM5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르노삼성의 2개 주력차종의 디자인 변경이 국내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지가 판매회복의 열쇠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외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일본에 주요부품을 의존하는 고비용구조를 바꾸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