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바이오 시밀러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대기업도 마구 뛰어들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어떤가요?"
"항체의약품의 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유럽에서 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세계 1위 기업인 로슈에서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프랭크 스카파티치 박사는 5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항체 바이오 시밀러는 아직 승인된 예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바이오 시밀러 열풍이 불고 있다. 코스닥 기업인 셀트리온은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어섰고, 삼성과 LG, 한화 같은 대기업은 물론 동아제약 등 기존 제약사들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미래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항체 바이오 시밀러다. 바이오 시밀러는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모든 의약품은 특허 기간이 끝나면 복제약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을 여러 제약사에서 만들어 파는게 그 예다. 일반 합성 의약품과 달리 생체물질로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은 오리지널과 완전히 똑같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제약이라는 말 대신 거의 비슷하다(Simillar)는 의미의 바이오 시밀러라는 용어를 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항체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 시밀러가 허가된 예는 없다.

지난해 52조원의 매출을 올린 로슈는 전세계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가장 많이 파는 제약사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몰두하는 항체 바이오 시밀러의 오리지널 약들 중 상당수가 로슈 제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과 림프종(혈액암) 치료제인 맙테라다.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 시밀러가 허가를 받고 많이 팔리게 된다면 로슈의 매출은 줄어들게 된다.

스카파티치 박사는 "항체 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크게 열릴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 "개발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 제품의 데이터를 아직 보지 못해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 허가당국의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로슈는 2010년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10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화이자나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많은 금액으로, 세계 1위의 투자규모다. 의약품 개발 투자비 대부분이 임상시험에 쓰이는 만큼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그의 책임은 막중하다. 수조원의 투자비가 그의 손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스카파티치 박사는 이번에 한국에서 새로 진행할 임상시험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로슈는 서울대 의대 방영주 교수팀에 새로 개발한 항암제의 임상 1상 시험을 맡기기로 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임상 1상시험을 맡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 그 만큼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스카파티치 박사는 "로슈가 한국에 임상 1상 시험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한국에는 논문 실적이 좋은 실력있는 연구자가 많아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스카파티치 박사는 이어 미래 의학 연구가 '맞춤 의료'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존보다 더 자세한 진단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게 맞춤 의료의 핵심이다. 예를들어 같은 폐암 환자도 A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B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구별해 다른 약을 쓰는 것. 스카파티치 박사는 "아직은 맞춤 의료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계속 이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맞춤 의학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