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이라고 하면 '상장폐지'다. 또 상장폐지로 이어지기 쉬운 '횡령·배임' 역시 투자자에겐 가장 나쁜 소식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가 기업의 이런 병세를 미리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업이 힘들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몇 가지 증상은 나타나게 마련이다. 조선비즈가 지난해 이후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으로 오르내리거나, 횡령·배임 혐의가 있었던 종목 77개(중복 제외)를 조사한 결과, 몇 가지 사전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다.

"또 바뀌었네?" 주인 변경 주의보

이른바 '증시 문제아'로 오르내렸던 종목 중 79.2%(61개사)가 최대 주주 변경 공시를 냈던 기업이다. 최대 주주가 자주 바뀌는 것은 대개 기업 경영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5일 기준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최대 주주 변경 횟수가 2회 이상인 종목은 총 16개(스팩 제외)다. 이 중 4번 이상 변경 공시를 낸 곳은 케이비물산씨티엘테크·KJ프리텍 등 3개사다.

올해 퇴출이 결정돼 현재 정리매매 진행 중인 대국은 2009년 한 해 동안에만 총 다섯 번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지난 2011년에는 당시 최대 주주였던 K씨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 단 3.0%에 불과한 2대 주주가 회사 주인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에 투자할 때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낮으면 기업 주인이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대표가 뭐기에

지난달 23일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 여부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각자대표이던 S씨가 개인 빚을 갚으려고 문방구에서 파는 약속어음 용지에 법인 인감을 찍고는 어음 90억원어치를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씨가 자기 마음대로 법인 인감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S씨가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대표는 대표이사 2명 이상이 합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대표이사 2명 이상이 자기 분야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전적으로 갖고 있다. 부문별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각자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대표이사 간에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 권한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 77개 문제 기업 중 37개 기업(48.1%)이 각자대표 제도를 운영하다가 탈이 난 기업이다.

뒷문 입성과 빚잔치도 조심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들어온 기업도 눈여겨 봐야한다. 우회상장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 심사와 공모주 청약 같은 정상 절차를 밟지 않고 이미 상장한 기업을 인수·합병해 상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실기업이 우회상장을 통해 쉽게 상장사가 돼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코스닥 업체 CMS와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CT&T는 지난해 3월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우회상장한 지 채 1년도 안 돼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결국 CT&T는 지난해 12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 올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해 현재 상장폐지 직전에 몰려있다.

회사의 단기차입금이 갑자기 늘어난 기업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지난달 상장폐지가 확정된 평산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단기차입금이 4배 정도 급증했고, 결국 이를 갚지 못해 기업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다.

김용상 한국거래소 공시제도부장은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가지고 사업 효과가 상대적으로 늦게 나오는 고정자산에 투자하거나, 타법인 출자 등에 사용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