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도시바(東芝)가 SK하이닉스에 경영파탄 상태인 일본 메모리반도체 회사 엘피다(ELPIDA)를 공동인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의 연합이 성사되면 엘피다 인수경쟁을 펼치는 미국 마이크론보다 훨씬 유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도시바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 SK하이닉스 측에 두 회사가 엘피다를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측에 엘피다 인수를 위해 50%씩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도시바의 제안 수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단독입찰에서 공동입찰로 방향을 바꾼 것은 자금력 문제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도시바는 주력사업인 낸드플래시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 충당 문제로, 엘피다 입찰에 참가한 주요 업체들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시바가 하이닉스와 공동으로라도 엘피다를 인수해 이 회사가 지닌 모바일(스마트폰용) D램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도시바는 특히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하이닉스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도시바·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엘피다 예비입찰에 각각 참가했다. 엘피다 채권단은 예비입찰에서 도시바가 입찰 철회 의사를 밝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을 본입찰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국계 사모펀드인 호니(HONY)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의 연합컨소시엄도 본입찰 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TPG는 미국에서 IT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까지 입찰 업체 가운데선 마이크론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고 보도했다. D램 세계 4위인 마이크론은 작년 말부터 3위 업체인 엘피다와 자본 제휴 협상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