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장충동2가 신라호텔에서는 과거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였던 (주)엔텍의 채권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신라호텔 14층의 객실을 점거하고 공중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전단지를 살포했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 신라호텔에는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4층에 전 삼성전자 협력사였던 엔텍 채권단 관계자들이 잠입,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객실 창문을 깨고 삼성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삼성 계열사인 신라호텔은 서울 시내 특급호텔로 방한한 외국 정상들이 투숙하고 이건희 회장도 자주 찾는 곳이다. 신라호텔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삼성전자에 따르면 엔텍은 과거 삼성전자 외주업체로 2000년 8월부터 냉장고용 모터를 공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외주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각돼, 2001년 6월 거래가 중지됐다. 엔텍은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설비매각계약서와 인감을 위조, 삼성전자 설비가 마치 엔텍의 소유인 것처럼 꾸미고 삼성전자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 일에 연루된 삼성전자 직원도 징계를 받았고, 이후 엔텍은 경영난에 처하자 청와대 민원 등을 통해 삼성전자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2004년 12월 신라호텔 점거 시위 같은 상황을 우려, 4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엔텍의 대표이사와 감사, 채권자 등이 참석했고 합의서 공증도 받았다고 한다.

엔텍 채권단 관계자들이 신라호텔 창문을 부수고 공중 배포한 유인물.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2008년 4월 엔텍의 여태순 대표는 본인이 합의 현장에 없었기 때문네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 거액의 합의금(109억6000만원)을 요구했다. 2010년 9월에는 요구액이 203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3일 신라호텔뿐 아니라 과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도 집회를 갖고 확성기로 삼성전자를 비방해왔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8월 명예 및 신용훼손 등으로 형사고발을 한 적이 있다.

엔텍 채권자들은 이날 신라호텔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전단지를 살포했다. 2010년 9월부터 현재까지 자신들이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담은 내용의 전단지다.

엔텍측은 “삼성의 박모 전무가 협력업체 (주)엔텍을 도산하도록 처리했고, 엔텍의 손해배상을 일부 채권자들에게만 지불하고 이것을 마치 마무리가 된 것처럼 말한다”며 “합의 공정서에 정모 채권자가 서명하고 그의 모친의 통장에 10억원 이상의 채권을 4억5000만원만 주고 합의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머지 엔텍 대표와 다른 피해자에게는 전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