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새벽부터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막혀 있는 정문을 통과할 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으며 모멸감을 느끼며 출근하고….(중략) 여러분이 결정권자라면 고객인 '대한민국 해군'과의 계약을 체결하고 15%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해 정치적 이슈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포기할 수 있을까요?"(삼성물산 대리)
"매일 뉴스를 보면 삼성이 조금만 연관이 돼 있어도 무조건 삼성을 걸고넘어진다. 다짜고짜 삼성에 대해 욕을 먼저 하고, 그런 댓글이 추천 수가 높다."(삼성전자 임직원)
최근 삼성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해군기지' 논쟁이 뜨겁다. 약 600명의 임직원이 실명(實名)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복귀 발표(447개 댓글) 때보다 더 많은 댓글을 붙이며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슈의 최대 원인은 해군기지 시공사에 삼성물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지만, 젊은 직원들의 의견은 '네티즌들의 삼성 때리기가 해도 너무한다'가 주류다.
지난달 29일 삼성물산 서초동 사옥에 환경운동단체가 페인트를 뿌리며 시위를 벌이고 해군기지와 전혀 관계없는 삼성카드 해지 움직임까지 벌어지자, 삼성측은 이날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말씀드린다"라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해군기지 입찰에 외곽공사는 삼성컨소시엄이, 내측 공사는 대림컨소시엄이 선정된 경위를 설명했다. 삼성은 또 계약을 체결한 시공사로 정해진 공사일정에 따라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글에 대해 일부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삼성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훨씬 많았다.
그룹측은 사내 게시판이 상명하달식 소통의 창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임직원들이 실명으로 뜨겁게 토론을 벌이는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번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 방해 사건의 경우에도 사내게시판에 잘못된 행동을 질타하는 글이 쏟아져 그룹이 발 빠르게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사내 미디어를 통한 활발한 소통과 댓글 문화가 삼성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