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대 목표 세웠는데 실제 운행되는 차는 거의 없을 것'.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해 20조원 시장을 만들겠다'던 현 이명박 정부 계획은 현재 344대에 그쳐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344대(2011년말 기준)도 모두 등록대수 기준으로, 지자체에서 시범운행 용도로 할당 구매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운행되는 차는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게 업계 얘기다.

녹색산업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중소 전기자동차 업체가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현주소다. 전기차 회사의 장밋빛 미래를 믿고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은 수천억원이 넘는 돈을 날리게 됐다. 적게 잡아서 3000억원(일부 업체 시가총액)이지만, 정부 정책과 해당 업체를 믿고 투자했던 전기차 관련 시장의 규모를 볼 때 수조원 시장 자체가 이젠 물거품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현대·기아차 같은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대중화 시기는 불투명하다.

3년 전 전기차 업계 대표주자로 통하던 CT&T는 이달 22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시속 60㎞ 미만으로 달리는 저속(低速)전기차 보급을 추진했지만 100여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말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회사를 살리기보다는 청산하는 게 낫다"며 회생폐지 결정을 내렸다.

CT&T는 2010년 700억원, 지난해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35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00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350명인 직원은 30명만 남았다. 투자자들은 "2009년 가을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경내에서 이 차를 타고 다니길래 정부가 책임지고 육성하는 회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일부 소액주주는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AD모터스도 최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4년 연속 적자다. 주당 2000원이 넘던 주가는 200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앤디윈텍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됐다.

2010년 3월 서울시 주최로 열린 전기자동차 시승식에서 CT&T의‘이존(e-Zone)’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재 CT&T는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2009년 녹색산업 육성 핵심 과제로 '전기차 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2012년까지 전기차 4000대, 2020년까지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국토해양부는 저속 전기차가 일반 도로에 다닐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했고, 충돌시험을 면제해주는 등 자동차 안전기준 28가지를 완화했다. 환경부는 저속 전기차를 사는 사람에게 1대당 구매 보조금 578만원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보급된 저속 전기차는 현대·기아차르노삼성차가 개발한 고속(高速) 전기차까지 합쳐도 344대뿐. 일반 판매는 거의 없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으로 구매한 물량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다 홍보했고, 업체가 실력도 안 되면서 시장을 속인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속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최대 속도가 시속 60㎞에 불과하고 한 번 충전하면 70㎞도 달리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가격은 2000만원 선으로 경차보다 1000만원이 비쌌다.

정부 기관들은 발뺌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9일 "애초부터 저속전기차는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조철 주력산업팀장은 "전기 오토바이 수준으로 공원이나 대형 산업시설 관리용에 적당한 차를 일반용으로 널리 판매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