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와 연구용 민간에서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연료(HEU)를 저농축연료(LEU)로 전환하는 국제사업에 착수한다. 이번 사업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핵연료 원천 제조 기술 사용될 전망이어서 향후 연구용 원자로 연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제고될 전망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엘 밀께 벨기에 부총리와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 베르나르 비고 프랑스 원자력위원회 총재와 함께 고성능 원자로에서 사용되는 고농축 연료를 저농축 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를 비롯한 4개국 지도자들은 이날 4개 국어로 번역된 발표문을 통해 "핵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없는 저농축 우라늄 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핵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4개국이 추진하는 사업은 고성능 연구용 원자로에 고농축 우라늄 대신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다. 고밀도의 우라늄 몰리브덴(U-Mo) 합금으로 저농축 핵연료를 대체하는 것으로 목표로 했다. 농축도 90%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고성능 연구용 원자로는 저농축 연료를 쓰지 못했다.

이번 합의는 4개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핵 확산 방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프랑스와 벨기에는 핵연료 성능 검증을 위한 고성능 연구로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은 고밀도 저농축 핵연료 핵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89년 섭씨 1600~1800도의 진공 상태에서 녹은 '우라늄-몰리브덴 합금'을 원심력을 이용해 미세한 가루 형태로 급속 응고시키는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제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와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영국, 일본에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한국에는 이미 대전 유성 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이달 말 착공에 들어간 부산 기장의 제2연구용 원자로가 이 연료를 사용한다.

4개국은 2013년께 국내에서 '우라늄 몰리브덴' 분말을 제조하고 프랑스 원전회사 아레바 체르카사에서 이를 핵연료로 만든 뒤 프랑스와 벨기에 연구로에서 국제적인 성능 검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또 성능이 검증되면 다른 국가에도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저농축 우라늄 연료는 고농축 우라늄과 달리 핵 무기로 전용될 위험성이 적어 앞으로 핵 확산 방지에 이용가치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중성자 연구와 동위 원소 생산 등에 활용되는 연구용 원자로는 민간부문에서 가장 많은 고농축 연료를 사용하는 분야다. 해마다 전 세계 231개 연구용 원자로 가운데 20개 연구로에서 600kg 이상의 고농축 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고농축 핵연료 25kg이면 히로시마급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해마다 핵폭탄 24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핵연료가 민간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박종만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로핵연료개발본부장은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고농축 핵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향후 세계 곳곳에 건설될 연구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시장을 우리 기술이 선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