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간단하면서도 환경에 전혀 해가 없는 방법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은 탄소가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평면 구조를 말한다. 구리보다 전류를 100배나 잘 흘리면서 강철보다 200배나 강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저장소자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백종범 울산과기대 교수(친환경에너지공학부) 연구진이 26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발표한 그래핀 제조법은 크게 세 단계다. 먼저 지름 5㎜ 스테인리스강 구슬들을 흑연과 함께 넣고 회전시켜 입자를 잘게 부순다. 이렇게 하면 흑연 입자의 가장자리에 있는 탄소 결합이 깨어진다.

다음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고체 상태가 된 이산화탄소인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준다. 이산화탄소는 가장자리에 있는 탄소 원자들과 결합해 탄소·산소·수소로 이뤄진 '카르복실기(COOH-)'를 형성한다. 백 교수는 "흑연은 그래핀이 5000장 정도 겹쳐진 형태인데, 카르복실기는 이들을 하나하나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로 씻어내면 판 형태의 그래핀이 물에 녹아나온다.

지금까지는 흑연에 강산과 산화제·초음파·환원제 등을 연속으로 처리하는 복잡한 공정을 통해 그래핀을 만들었다. 여기에 쓰이는 화학물질들이 암을 유발할 정도로 환경에 나쁘고, 초음파로 흑연을 부수다 보니 그래핀의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는 흑연 전체를 깨고 산화·환원시켰다면, 이번에는 가장자리만 변화시킨 것"이라며 "150년간 이어져 온 산화·환원법을 대체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그래핀 제조 과정. 흑연은 탄소 원자(파란 공)가 벌집처럼 연결된 그래핀이 층층이 쌓인 구조다. 스테인리스강 구슬(회색)이 흑연 입자를 부수면 가장자리에서 탄소원자들이 탄소 1개와 산소(빨간 공) 2개로 이뤄진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서 그래핀이 흑연에서 떨어져 나온다.

논문에는 전인엽 박사과정생(제1저자)과 장동욱 박사, 미 케이스 웨스턴리저브 대학의 리밍 다이 교수 등도 이름을 올렸다. 백 교수는 "저널 편집자가 '흑연에 투명테이프를 붙였다 떼서 그래핀을 처음으로 만들었던 2010년 노벨 수상자들과 같은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