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설계도여서 그런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더군요. 선배들이 30년 전쯤 리비아 사막에서 아파트 수천 가구를 지을 때 만들었던 설계도면입니다. 그래도 이런 설계도가 남아 있는 게 다행이죠."

대우건설 황주명 차장(해외건축팀)은 최근 회사 서고(書庫)를 뒤져 오래된 설계도를 찾아냈다. 1980년대 대우건설이 리비아에 진출해 벵가지와 트리폴리에서 각각 7000가구와 5000가구짜리 대단지 아파트를 만들 때 그렸던 설계도면이다.

낡은 도면을 다시 찾은 이유는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인 제다(Jeddah)에 2만50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 중 1단계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 대우건설은 2016년까지 약 50개월간 360개동(棟) 7200가구의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26일 대우건설 해외건축팀이 30년 전에 이 회사가 리비아 트리폴리 주택 사업 당시 만들었던 설계 도면을 보면서 회의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해외 주택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08년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들자, 해외주택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건설사들의 화두는 단연 사우디아라비아 주택 50만채 건설사업.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총 사업비 667억달러(75조원) 규모의 주택 50만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첫 단계로 올 7월 7000가구를 발주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주택사업을 담당할 건설사로 현대건설대림산업, SK건설 등 20개 업체를 선정했다.

중동에선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카타르, 최근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이집트, 리비아 등지에서도 주택 사업 발주가 예정돼 있다. 중동 국가들이 민심을 사기 위해 대규모 주택공급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착수한 건설사도 적지 않다. SK건설은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4700만달러 규모의 친환경 주거단지 건축공사를 수주했고, 한화건설도 지난해 5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한류(韓流)바람이 거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 주택은 인기다. 동남아시아 중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베트남이다. GS건설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6㎞가량 떨어진 타오디엔 지역에 한국형 주상복합 아파트인 '자이리버뷰팰리스'를 짓고 있다. 경남기업도 베트남 하노이 팜흥 스트리트에 주상복합아파트와 백화점이 동시에 들어가는 '랜드마크72'(최고 72층)를 건설 중이다.

신도시 건설 사업 역시 우리 건설사들의 '특기' 중 하나. 포스코건설은 베트남의 첫 번째 복합 신도시인 '스플렌도라'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 호아이득현 북안카인 지역 일대 264만㎡ 부지에 빌라 317가구와 아파트 496가구, 테라스하우스 236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주택 건축과 신도시 건설 분야에서는 우리 건설사가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 동남아시아 지역 정부는 물론 국민도 한국 건설사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이사는 "주택 분야에서 중국·터키 건설사와 경쟁해 이기려면 건축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공법을 개발해야 한다"며 "건축비만 낮출 수 있으면 해외주택 분야는 한국 건설사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