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우리 산업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고급 인력이 아닌 비전문(비숙련)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안 되며, 장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주요 소득원인 저임금 일자리가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외국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 20%시대…70%가 비숙련공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작년 말 현재 139만5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약 50만명으로 총 인구의 1%에 불과했지만, 외국인 채용을 허용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급증했다. 외국인 중 취업자 규모는 71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49만명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단순 비전문 인력이다.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도 17만명에 육박한다.

외국인 고용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05년에는 5.13%였으나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20.0%로 높아졌다. 외국인을 한 명이라도 고용한 직장 내에서 20명 중에 1명이었던 외국인 근로자가 이제는 5명 중에 1명 수준으로 많아진 것이다.

비전문 외국 인력들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이 흡수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농어업과 건설업 분야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넘어, 이들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 지경이다. 지난해 어업의 외국인 비중은 83.3%에 달했고, 농축산업은 72.7%, 건설업은 55.6%에 달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업체의 경우 직원 5명 중 1명은 외국인일 정도로 국내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사진은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월 12일 자정 경기도 의정부 고용센터 앞에 줄을 선 중소기업 사장 200여명. 이들은 선착순으로 발급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받기 위해 길게는 3박 4일 동안 노숙 생활을 했다.

취약계층 일자리에 악영향 우려

국가 간에 인력 이동이 활발해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는 추세 등을 감안하면 외국 인력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 외국인 비중이 낮은 데다, 국내 인력이 기피하는 분야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청년과 기혼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데다 앞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갈 노년층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전문 외국 인력의 급속한 유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외국 인력이 국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메우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임금 외국 인력 유입으로 내국인의 임금이 하락해 소득 분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인력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문제도 있다. 비전문 인력과 전문 인력, 유학생, 불법 체류자, 결혼 이민자 등 다양한 외국 인력이 존재하지만 부처별로 별도로 관리되고 있고, 외국인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능이 없다. 이민과 외국인 정책은 총리실 산하 3개의 위원회와 고용부와 여성가족부, 법무부의 3개 정부 부처에서 나눠 맡고 있다.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총리실로 외국 인력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3개 위원회도 하나로 합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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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력은 인센티브 줘서 늘리고, 비전문 인력은 필수 업종 가려 유입 필요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는 관점에서 볼 때 외국 인력은 기술자 등 전문 인력은 늘리되, 비전문 인력은 정책 대안을 마련해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기술력 있는 전문 외국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선 전문 인력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정책도 지금까지는 교육수지를 늘리자는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이제는 고급 인력으로 키워 그들을 국내 기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비전문 외국 인력의 경우 농축산업이나 어업 등 꼭 필요한 업종을 선정하고, 고용주가 내국 인력으로는 대체하기 힘들다는 점을 입증한 후에 선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외국 인력이 많은 제조업의 경우 저임금 외국인을 채용하면 인건비 절감액 일부를 부담금 형태로 내는 '고용부담금'을 도입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점진적으로 제한하는 '일몰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부담금은 외국 인력 유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작업 환경을 개선한 '클린사업장' 업체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내국인이 중소업체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불결한 작업 환경이란 점에서 일하는 환경이 좋아지면 내국인의 중소기업 취업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