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직장인 김동인씨(34)는 최근 온라인 음원 서비스 '멜론'을 이용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달에 7000원을 내고 40곡의 노래를 다운로드 받는 상품에 가입했는데, 이를 중도 해지하려 하자 업체측에서 잔금을 '멜론 캐쉬'로만 환불할 수 있다고 했다. 멜론 캐쉬는 사이트 내에서 음원을 내려받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포인트다. 김씨는 "백화점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샀는데 환불은 백화점 포인트로 해주는 격"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SK텔레콤(017670)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기본 제공되는 음원 서비스 멜론이 불공정한 환불 규정 탓에 원성을 사고 있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뒤, 이를 중도 해지할 경우 현금이 아닌 멜론 캐쉬라는 포인트로 잔액을 돌려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멜론 캐쉬는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입하는 데만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해당 서비스에만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주며 사실상 불완전한 환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멜론 유료 서비스 중도 해지시 안내화면. 환불 금액은 '멜론 캐쉬'로 되돌려 준다고 명시(하단 빨간 상자 안)돼 있다.

멜론은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음원 서비스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플래닛의 자회사, SK텔레콤의 손자회사다.

이 회사 서비스 상품약관 제17조는 '청약 철회 및 이용계약의 해제·해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5항은 '환불 금액이 있을 경우 3영업일 이내에 동일 결제 수단으로 환불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환불도 현금으로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부에 5개 예외 규정을 뒀으며, 중도 해지의 경우 환불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 같은 환불 예외 규정은 회원 가입이나 상품 구매 시에 약관을 꼼꼼히 뜯어보지 않으면 소비자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멜론의 서비스 상품 약관은 21개 조항으로, 200자 원고지 98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실제로 기자가 월 7000원(노래 40곡 다운로드)짜리 상품에 가입하고 며칠 지난 뒤 중도해지하자 약 3000원을 멜론 캐쉬로 돌려준고 안내됐다. 이 기간동안 음원을 단 1곡도 내려받지 않았는데도 환급금액은 당초 결제 금액의 절반 이하였고, 현금 환불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로엔앤터테인먼트 측에서는 "멜론 캐쉬로 환불해주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고객센터로 전화해 통장 사본을 팩스로 전송하고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면 현금 환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약관이나 서비스 해지시 안내문에는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결국 멜론 캐쉬 환불 규정에 불만을 품고 고객 센터에 개별 문의하는 사용자에 한해서만 현금 환불이 이뤄지는 셈이다. 상품 금액은 휴대전화 요금에 추가로 부과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통장 사본을 전송하고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포인트는 해당 업체 서비스만을 이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저해한다"며 "계좌번호 만으로도 성명이 일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통장사본을 전송하라고 하는 규정도 지나치게 까다로워 환급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도 이와 유사한 불만을 터뜨리는 글들이 많다. 한 네티즌은 "현금으로 구입했으면 현금으로, 카드 결제를 했으면 결제 취소를 하는 게 맞다"며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 중도 해지를 하는데 사이트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 이유태 약관심사과장은 "약관상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는 업계 통상적인 거래 관계나 현금으로 환불받지 못했을 때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며 "멜론의 경우 사실 관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